WSJ "중국 BYD 전기차에 문 연 유럽, 곧 장악 당한다"

입력 2024-06-24 14:27   수정 2024-06-24 14:32



미국과 유럽이 자국 정부의 지원과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의 공세에 맞서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떠오르는 중국 전기차와 분열하는 서방"이란 제목으로 이 같은 정책의 차이를 보도했다.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관세로는 유럽 시장은 중국에 먹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하에선 중국의 저가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국에 문은 열어놓은 유럽연합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표면적으로 최대 48%에 이르는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심된다. EU의 안은 기존 10%인 관세에 추가 관세가 붙는 방식이다. 중국 시장을 선도하는 BYD의 경우 17.4%의 추가 관세가 예상되며 수출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EU의 최종 관세는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관세는 협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주 EU산 돼지고기에 대한 보복성 반덤핑 조사로 대응했다. 중국과 EU의 무역 조치는 모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WTO 체제의 규정을 적용한다. 미국이 국제기구를 무시하고 사용하는 자국의 무역 법률인 이른바 '슈퍼301조'와는 다르다. WSJ은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저항을 극복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장은 열려 있다"며 "(EU의 관세 부과는)중국 전기차의 유입을 늦출 뿐이다"라고 평가했다.

EU의 관세 조치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 자동차에 수입 쿼터를 부과하자, 도요타와 혼다 등이 미국에 공장을 세운 과거 흐름을 따를 가능성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의 앤드류 버그바움 파트너는 "이미 유럽에 계획된 중국 전기차 공장이 8곳이나 있다"며 "현지 부품을 충분히 많이 사용하기만 하면 중국이 유럽에 전기차를 무관세로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관세 조치는 중국 업체의 공장을 본토에서 유럽으로 옮기게 할 뿐이며, 수요 전망이 불투명한 새로운 현지 공장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마구 생산될 뿐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이미 어려움에 부닥친 유럽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에는 나쁜 소식으로 분석된다.

백기를 들고 중국 업체와 공장을 공유하기로 한 서방 자동차 기업도 나왔다. 디트로이트의 크라이슬러, 피아트, 푸조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스텔란티스는 지난달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절강 리프모터 테크놀로지와 유럽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폴란드 공장에서 유럽 시장을 위한 리프모터 차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과거 서방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강요당한 조인트 벤처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작부터 문 걸어 잠근 미국 바이든 정부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사실상 국경을 폐쇄했다. 지난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수입량이 극히 적음에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총 관세율을 102.5%로 인상했다. 자동차 산업이 미국과 긴밀하게 통합된 캐나다도 새로운 관세를 고려하고 있다고 지난 21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산 전기차가 멕시코 등으로 우회하는 것도 막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이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활용할 경우에 대한 안보 위험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선거에서 패배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욱 매파적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등 미국의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소법(IRA)과 연계돼 있다. WSJ은 "당근과 채찍의 조합이 효과가 있다면 중국 공급망과 병존하는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공급망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과 공급망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조금 등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등 서방의 전기차 산업은 중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낮은 수익률로 고전할 가능성도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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