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이크로닷이 '부모 빚투' 이후 6년 만에 본격적으로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선 그는 아직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가 1명 있다고 밝히며, 채무 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로닷은 24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예술나무씨어터에서 새 EP '다크사이드(DARKSIDE)'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서는 건 무려 6년 만이다. 마이크로닷은 2018년 부모의 '빚투' 문제가 제기되며 정식 국내 활동 없이 조용히 음악 활동을 이어왔던 바다.
이날 무대에 오른 마이크로닷은 허리를 숙이고 "피해자 한 분 한 분을 만나서 먼저 사과드리는 게 우선이었다. 그러다 보니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날을 떠올리며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을 깨닫고 날 성장하게 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울컥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0~1998년 충북 제천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친인척과 이웃 등에게 4억원을 빌린 뒤 1998년 이를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마이크로닷 부친 신모씨는 징역 3년, 모친 김모씨는 징역 1년을 각각 선고받았고, 복역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추방됐다.
피해자들과의 합의 상황에 대해 질문하자 마이크로닷은 피해자 중 한 명과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이 터지고 나서 파악된 총 13명 중 1심 재판을 통해 10명의 피해자가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중 6명에게 2억1000만원을 변제했다. (그분들이) 감사히 합의를 해줬다"고 전했다.
이어 "2심 재판 중에 나머지 4명 중 한 분과 합의했다. 모든 재판이 끝나고 부모님이 형을 마친 후에도 계속 연락을 드리며 지내왔다. 그러다 (현재 소속사) 대표님을 만났고, 2023년 대표님과 함께 남은 세 분 중 두 분과 합의했다. 마지막 한 분은 만나 뵀지만 아직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본격적으로 공개 활동에 나선 걸 상대는 알지 못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은 "그분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걸로 인해 꼭 사과를 드리고 싶었고, 이후에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분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변제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입장임을 강조했다. 마이크로닷은 "중요한 건 돈을 드려야 하는 입장이라는 거다. 일해야 그분께도 다가갈 수 있다. 2025년도까지 차용증을 썼다. 현 소속사 대표님이 연대 보증을 서주셨다"면서 "그분께 다시 돈을 드려야 해서 현재 상황에서는 일할 수밖에 없다. 이후에 다시 그분께 다가가서 사과를 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깃집에서 알바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로닷은 논란이 불거졌을 초기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러한 대응이 논란에 불을 붙였던 바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마이크로닷은 "친한 변호사 형과 얘기하면서 '사건이 터졌는데 난 이게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어느 기자분이 그분께 연락했고, 외국에서 온 변호사라 그렇게 행동했다. 그렇게 일이 커졌다. 그 또한 나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조금 더 똑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당황해서 그랬다"고 고백했다.
마이크로닷은 "열심히 노력하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신보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에게도 거듭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타이틀 곡 '변하지 않아'에는 '쇼미더머니 777'의 준우승자 루피(Loopy)와 양동근(YDG)에게 선택받은 래퍼 디보(Dbo)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마이크로닷은 "나와 함께하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용기 내 도와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신보 '다크사이드'에는 타이틀 곡 '변하지 않아'를 비롯해, '크루징(Cruising)', 'Pu$$y', '프레이 포 마이 에너미스(Pray For My Enemies)', '올라잇(Alright)까지 총 5곡이 수록됐다. 마이크로닷이 프로듀싱해 자신의 진솔한 감정과 생각, 힙합적 요소들을 가득 채웠다. 타이틀곡 '변하지 않아'는 중독적인 훅이 돋보이는 곡으로, 마이크로닷은 자신이 지키고 있는 변치 않는 신념에 관해 이야기한다.
마이크로닷은 "사건 이후의 마음가짐과 생각들이 앨범에 녹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듣는 사람들을 위해 너무 무겁지 않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곡마다 듣는 사람에게 응원의 메시지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마이크로닷은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마음을 작품으로 더 뚜렷이 전달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힘이 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과 지금 진행 중인 시간, 있었던 일들을 모두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열심히 해나가겠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다크사이드'는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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