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방탄용 탄핵’은 전가의 보도가 됐다.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 구성원 21명 중 8명이 탄핵 위협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안은 통과시켰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은 두 번 철회하고 세 번 발의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장관, 판사, 검사 탄핵안 통과는 각기 헌정사상 처음이다. 헌정 이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모두 7건인데 그중 5건이 지난 3년간 민주당 주도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민주당은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한 보복 기소 의혹으로 안동완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이 사건은 9년 전 일인데 느닷없이 이 대표 체포안 표결 이틀 전 속도전으로 탄핵안을 발의하더니, 체포안 가결 50분 뒤 처리했다. 검사 겁주기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를 지휘하던 이정섭 전 수원지검 2차장검사 탄핵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그에게 자녀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전입을 사유로 들었다. 그렇게 따진다면 문재인 정부 자녀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난 총리 등은 모두 탄핵됐어야 했다. 민주당은 이 전 차장의 전과 기록 무단 열람 등 의혹도 꼽았지만, 헌재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 수사 방해가 급하다 보니 함량 미달의 탄핵안을 통과시킨 결과다.
민주당의 탄핵이 얼마나 무리였는지는 이 장관과 안 검사,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한 헌재의 기각과 각하 결정문이 잘 말해준다. 율사 출신이 많은 민주당이 뻔한 결론을 예상하지 못하고 탄핵을 추진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 전 위원장 두 번째 탄핵안에는 엉뚱하게 ‘검찰청법 규정에 의해 탄핵’이란 내용이 있었는데,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에 있는 부분을 ‘복붙’(복사해 붙여 넣기)한 것이다. 탄핵을 얼마나 가볍게 여겼으면 이런 일까지 일어나나.
기승전 탄핵 폭주는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수사 검사 무더기 탄핵을 추진하고, 판사 탄핵까지 꺼내 들고 있다. 이 정도면 탄핵 중독이다. 피의자가 수사 검사를 탄핵하려는 비정상이 어디 있나. 검사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재 결정 때까지 수사 업무가 중지된다. 다른 검사가 수사한다지만 지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이걸 노린 것이다. 판검사가 그릇된 목적으로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행위를 뜻하는 ‘법 왜곡죄’까지 걸고 있다. ‘법 왜곡죄’ 판단 기준이 모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작용 우려가 크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대장동 특혜 의혹’이 불거진 시점부터 법 왜곡을 꺼내 드는 것은 역시 판검사 압박용이다. 검사와 판사가 이 대표 수사·재판을 하려면 탄핵당할 각오까지 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더군다나 탄핵 총대를 멘 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은 “기각 가능성이 크지만, 헌재도 법사위 피감기관이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 헌재 기류를 바꿔볼 것”이라고 했다. 하다 하다 헌재까지 겁박하고 있다. 사건 전말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채상병 건으로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은 애초부터 헌법과 법 위반 여부엔 관심 없다. 현직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까지 꺼내 드는 것은 이 대표 대법원판결 전 어떻게든 대선을 치르자는 목적이다.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국민 분열을 심화시켰음을 목격했다. 대통령제를 떠받치는 근간은 임기제다. 헌법과 법 위반이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탄핵을 약방의 감초처럼 여긴다면 대통령제의 안정성을 뒤흔든다. 탄핵이 특정인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도구가 될 땐 법치와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대의기관인 국회 법사위는 이 대표 개인 로펌화되고 있다. 게다가 이 대표는 관례를 깨고 대표 연임까지 굳힌 상태다. 지금 이 대표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볼 수 없던 무도한 일들이 횡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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