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7개 상임위 받은 여당, 巨野 폭주 막는 데 사활 걸어라

입력 2024-06-24 17:34   수정 2024-06-25 06:47

국민의힘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남긴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수용하기로 했다. 여당 입장에서는 거대 야당이 국회 관례를 깨고 일방적으로 법사위·운영위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뒤 선심 쓰듯 남겨준 자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치욕스러운 일이겠지만 여당으로서 마냥 국회를 보이콧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내로 돌아가기로 한 만큼 이제는 ‘웰빙당’ 이미지를 벗고 절치부심해 각 상임위에서 거야(巨野)의 입법 폭주를 견제하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당장 지난 21일 열린 법사위의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는 야당이 휘저을 22대 국회의 모습이 어떨지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증인 11명을 불러 12시간 동안 진행한 입법청문회에선 야당 의원들의 도 넘은 갑질과 증인 모욕이 난무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자기 말에 토 달았다고, 의원 발언 중에 끼어들었다고 전직 장관과 장성 등 증인들에게 수시로 ‘10분간 퇴장’ 명령을 내렸다. 박지원 의원은 퇴장당한 증인을 향해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하라”고까지 했다. 저질 정치를 넘어 증인에 대한 인격 모독이자 국민 모독이다. 여당은 이런 야당을 상대로 비상한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앞으로 4년 내내 끌려다니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기에 바쁠 것이다. 108석의 소수 여당이라는 한계에 자포자기하거나 각자도생에만 정신이 팔린다면 다음 총선에서는 당의 설 자리조차 사라질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22대 국회가 출범 25일 만에 원 구성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여야가 대결이 아니라 대화로 국정을 풀어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는 원 구성 과정에서 중재 대신 여당을 압박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런 우 의장이 어제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의 극한 갈등과 대치의 해법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을 꺼내 들었다. 국회 원 구성에서조차 친정인 야당의 독주를 방관한 의장이 꺼낸 개헌 카드에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 우선은 국회에서부터 다수의 힘 과시가 아니라 합의 정신을 살리는 데 의장의 정치력을 발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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