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진 7개 상임위원장을 받아들이기로 한 건 ‘국회 보이콧’을 이어갔을 때 얻을 실익이 분명치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등 입법 청문회를 강행하면서 정부 측 주요 인사들이 여당의 비호도 없이 야권의 맹공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다만 당내에선 재신임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7개 상임위원장 수용에 대해서는 큰 반발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민의힘 내부에선 거대 야당의 독단적인 국회 운영에 맞서 강력 투쟁해야 한다는 ‘강경론’과 원내에 복귀해 싸워야 한다는 ‘실리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대치가 길어지면서 집권 여당이 국회를 비워두는 상황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1일 민주당이 강행한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 이후 여당에선 ‘원내에 복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정부 측 증인들을 몰아붙이고 답변을 거부하자 ‘10분 퇴장’을 명령하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했기 때문이다. 막아줄 여당 의원은 없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 민생을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추 원내대표와 의원들의 충정 어린 결단으로 국회 원 구성이 가능해졌다”며 “민생을 위해 협치하라는 총선 민심을 받드는 22대 국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25, 26일 각각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과 의료계 집단 휴진 대책을 논의하는 청문회가 열린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을 기획재정위원회에서도 ‘재정파탄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상 입법청문회는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개최할 수 있어 민주당 단독으로 열 수 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을 7월 4일까지인 6월 임시회 중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회가 방송통신위원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한 달 내에 임명하도록 하는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등도 밀어붙일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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