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안에는 완제품 상태의 리튬 전지 3만6000여 개가 보관돼 있었다. 불이 붙으면 폭발하는 리튬 특성 때문에 화재 이후 연쇄적으로 나머지 전지가 폭발해 초기 진화에 애를 먹었다. 소방은 일차적으로 모든 전지 속 리튬이 연소돼 폭발이 일단락되고 나서야 물을 뿌려 진화할 수 있었다.
리튬 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 네 요소로 이뤄져 있다.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막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화재와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음극재로 흑연을 사용하는 2차전지보다 리튬 메탈을 쓰는 1차전지가 분진 폭발 등을 일으켜 더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 1차전지는 100% 충전된 상태로 출고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2차전지보다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차전지와 2차전지 모두 리튬 배터리인 만큼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어렵고, 내부에서 계속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더라도 불씨가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 불이 나면 다량의 불산 가스가 발생해 진화 인력의 건물 내부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된 리튬 배터리가 불량이었을 수도 있고, 정상적으로 제조됐더라도 안정성 실험 같은 외부 압력에 의해 불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로 리튬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튬은 다른 물질과의 반응성이 강해 화재 발생 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의 신성장동력인 2차전지로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는 주변 열을 받으면 발생 에너지를 제어할 수 없는 ‘열 폭주’ 현상까지 일어날 수 있다. 2차전지 제조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에, 삼성SDI는 충남 천안과 울산에, SK온은 충남 서산에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들 업체는 리튬 이온 전지의 열폭주를 억제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화성=정희원 기자/오유림 기자 toph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