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대어 '시프트업' 뜬다…투자자들 '두근두근'

입력 2024-06-25 15:48   수정 2024-06-25 16:55


정보기술(IT) 업계에서 2021년 크래프톤 상장 이후 3년 만의 ‘대어’가 나왔다. 시프트업이 국내 게임 상장사 시가총액 기준 4위 규모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지식재산권(IP)을 공격적으로 사들여 사업을 확장하는 대신 자체 게임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시프트업은 25일 서울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서 간담회를 열고 상장 이후 계획을 공개했다. 시프트업은 게임 시리즈인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등의 디자인을 맡은 1세대 게임 원화가인 김형태 대표가 2013년 세운 게임사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에서 역할수행게임(RPG) 블레이드앤소울의 디자인도 총괄했다. 시프트업은 2016년 ‘데스티니 차일드’, 2022년 ‘승리의 여신: 니케’ 등 모바일 게임을 연달아 흥행시킨 이력이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건 시프트업의 상장 규모다. 시프트업의 희망 공모가는 주당 4만7000~6만원이다. 오는 27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 달 2~3일 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공모가 최상단으로 상장 시 시가총액은 3조4815억원이다. 국내 게임 상장사 기준 크래프톤(13조5287억원), 넷마블(4조6673억원), 엔씨소프트(4조3864억원)에 이어 4위 규모다. 시프트업 투자 공모가 흥행하면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라인게임즈, 블루포션게임즈 등 다른 게임사들의 상장 도전에도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

시프트업의 강점은 개발력이다. 이 회사가 지난 4월 출시한 콘솔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는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넘겼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 8개국에서 비디오 게임 판매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스텔라 블레이드 매출은 158억원, 니케는 155억원이었다. 2021년 상장 당시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매출이 집중됐던 크래프톤보다는 포트폴리오가 고른 편이다.

시프트업은 지난해 비용 중 80% 이상이 인건비에서 나왔다. 개발사로서의 강점을 살려 마케팅비, 플랫폼 수수료 등을 유통사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공급한 덕분에 인건비를 제외하면 눈에 띌 만한 비용이 들지 않았다. 시프트업의 지난해 매출은 1686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66%에 달했다.



상장으로 확보하는 자금은 기존 게임들의 확장 개발, 신작 게임 등에 투입한다. 시프트업은 인공지능(AI)으로 게임 개발 능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7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상장 이후 목표는 개발 중심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기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 좋은 개발자들을 많이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게임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라는 점은 악재다. 크래프톤이 희망 공모가 최상단으로 상장했던 2021년엔 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 게임 수요가 커졌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게임과 경쟁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다양해졌다.

시프트업 2대 주주로 있는 텐센트의 행보도 관심사다. 이 회사 지분 40.03%를 들고 있는 텐센트 자회사인 에이스빌은 상장 후 6개월이 지나면 시프트업 지분의 의무보유기간이 끝난다. 민경림 시프트업 부사장은 “텐센트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프트업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며 “텐센트 지분의 향후 방향에 대해선 말하기 어렵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개발사와 투자사로서의 관계가 오래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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