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업무 지시도 하지 않았고 현장도 간 적이 없습니다. 아리셀이 ‘몇 명 보내주세요’라고 하면 ‘네 보내겠습니다’라고 한 뒤 인력만 보냈습니다.”
리튬 일차전지 생산공장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 외국인 인력을 공급한 메이셀 관계자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아리셀이 약 20명이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를 두고 책임을 자신들에게 떠넘기려 거짓 주장을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메이셀 관계자는 “우리는 작업을 지시하지 않고 현장도 가지도 못한다”며 “인력만 공급할 뿐 아리셀 측에서 (근로자를) 교육하고 작업을 지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력을 투입하기 전날 이메일로 아리셀에 모든 이력서를 넘겼다”며 “명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아리셀 주장도)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메이셀은 관련 증거 자료를 경찰에 제출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등 아리셀과 그동안 주고받은 메시지를 첨부한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는 사고 당일 외국인 약 50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자신들은 단순한 인력 공급소에 불과할 뿐 공장에 마음대로 못 들어간다'는 게 메이셀의 핵심 주장이다.
앞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25일 사고가 난 공장 건물 앞에서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불법 파견은 없었고 (외국인 근로자에게) 충분한 안전교육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에 대한 업무 지시 또한 파견 업체에서 내렸고, 이들의 인적 사항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메이셀 관계자는 “인력 투입하기 전날 아리셀에 모든 이력서를 넘겼다”며 “‘(아리셀 측은) 우리가 연락처를 주지 않아 구조가 늦었다’라고 하는 데 이는 완전 엉뚱한 소리”라고 말했다.
메이셀 주장을 종합하면 현장에선 근로자가 불법적으로 파견된 정황이 짙다. 메이셀과 법무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현장에서 사망한 23명 중 외국인으로 파악된 18명은 재외동포(F-4)·방문취업(H-2) 비자 등을 보유한 합법 체류 외국인이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등에 따라 사업주가 방문취업 비자를 취득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면 고용노동부에 특례고용가능확인서를 내야 하는데, 아리셀은 고용부에 이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허가되지 않은 제조 생산공정에는 근로자를 파견할 수 없으며, 만약 아리셀이 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했다면 불법 파견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인법률자문단 등에서 활동하는 이진훈 노무사는 “제조업 현장에 이와 같은 꼼수 파견이 만연한데, 사건 사고가 생기면 ‘고용주가 아니다’고 발뺌하려 이런 형태의 파견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외국인노동자 파견 불법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수사를 통해 고용현황과 실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경기 화성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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