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운임 6배 올랐다"…떨고 있는 기업들

입력 2024-06-25 17:24   수정 2024-07-03 16:30

홍해 사태 등 지정학적 위기에 항만 노조 파업이 겹치며 급등한 물류비로 전 세계 기업들이 신음하고 있다. 한국 수출 기업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주요 기업은 운송비 상승과 납기 지연 리스크라는 이중고에 고민이 깊어졌다.

6배로 뛴 해상 운임
25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글로벌 현물 해상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1일 기준 3475.60으로 11주 연속 상승했다. 올해 초보다 83% 올랐고, 지난해 9월 말과 비교하면 292% 급등했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글로벌 해운 분석업체 제네타를 인용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의 평균 해상 운임이 지난해 10월 FEU(40피트 컨테이너)당 1200달러에서 이달 들어 7000달러로 6배가량 올랐다고 보도했다. 상하이에서 미국 뉴욕까지 이동하는 FEU당 평균 운임도 지난해 말 2000달러에서 6개월 만에 8000달러로 급등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후위기까지 겹친 영향이 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터진 지난해 10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은 수에즈운하 진입로인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북미와 남미를 이어주는 파나마운하는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량 부족으로 운하 수위가 계속 낮아지자 파나마 당국은 통과 허용 선박 수를 줄였다.

설상가상으로 물류 파업도 잇따랐다. 미국 동부와 남동부 항만 노동자들이 가입한 국제항만노동자협회(ILA)는 이달 10일 노사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파업 의사를 밝혔다. 독일 항만 노동자도 17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자국 내 주요 항구에서 부분 파업을 시작했다. 캐나다에선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발 동동’
글로벌 물류 대란은 국내 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수출 비중이 높은 타이어, 자동차 부품, 화장품, 가전 등이 대표적이다. 신차용 타이어 1000만 개가량을 매년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에 수출하는 A사는 최근 한 외국 선사와 운송 계약을 갱신하면서 살인적인 물류를 체감했다. 지난해 10월 562달러였던 TEU(20피트 컨테이너)당 운송비가 이달 들어 4336달러로 약 8배 뛰었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운송 계약을 새로 맺을 때마다 비용이 껑충 뛴다”며 “이러다간 타이어를 팔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사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물류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납품 단가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에 일단 유보했다.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B사는 최근 선사로부터 일시적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B사는 중국 닝보항에서 부산항을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으로 가는 외국 선사를 주로 이용했는데, 닝보항에서 컨테이너를 다 채운 해운사가 곧바로 미국 방향으로 키를 틀어서다. 급히 수배한 다른 포워딩 업체를 통해 이번달 수출 예정 물량의 40%만 간신히 배에 실을 수 있었던 B사 관계자는 “재고 관리 비용도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외선 차단 크림을 수출하는 화장품 제조사 C사는 값비싼 항공 화물을 활용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C사 대표는 “바닷길이 뚫리지 않으면 항공 화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진원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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