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판매자들은 가격 자동 설정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자동 설정 프로그램은 온라인에 공개된 경쟁 제품의 가격 또는 할인 정보를 모니터링해 자신의 제품 가격을 조정하는 소프트웨어로 흔히 알고리즘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가격 인하 경쟁보다는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거나, 가격을 동시에 올리는 담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간 담합은 ‘디지털 카르텔’ ‘테크노 카르텔’ ‘로봇 담합’ ‘알고리즘 담합’ ‘디지털 담합’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난해 9월 미국의 한 임차인은 야디시스템이 제작·판매하는 소프트웨어가 임차료를 올리는 담합 수단이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알고리즘에 의한 가격담합도 담합이다”라는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2015년 4월 미국 법무부는 같은 알고리즘을 통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포스터 가격을 담합한 두 영국 회사를 기소했다. 이 사건은 두 업체가 사전에 모의해 담합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으므로 인간이 개입한 전통적인 담합으로 처벌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결합하면 인공지능(AI)이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스스로 학습해 인간의 의도와 관계없이 암묵적 담합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의 지시나 개입 없이 AI끼리 담합하는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지, 처벌해야 한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할지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가 놓여 있다. 2022년 개발된 오픈AI의 챗GPT를 시작으로 사람 개입 없이도 AI 간 담합의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는 우리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알고리즘 담합 구조, 담합 붕괴 또는 장기 고착화 가능성, 사전 방지, 사후 적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 딥러닝과 같이 사람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담합이 가능한 AI의 발전에 대응할 경쟁법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AI 간 담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쟁당국의 관련 분야 전문가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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