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민간 공사 계약에서 물가 상승분을 공사비 증액에 반영하지 않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한 소식이 알려진 뒤 나온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통해 평행선을 달리던 건설사와 발주처(조합) 간 공사비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건설사와 발주처가 대화와 타협으로 서둘러 절충점을 찾아야 공사 중단과 입주 차질이라는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지고 시멘트 철근 같은 건자재와 인건비가 50% 가까이 뛰어 공사비가 치솟았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대외적인 요인으로 공사비가 뛴 만큼 건설사가 조절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업계에서 “최근 3년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파동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현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공사비 이슈는 법정으로 옮겨졌다. 건설사는 예상을 뛰어넘은 공사비 상승 부담을 모두 떠안는 것은 ‘불공정 거래’라고 항변했다. 급기야 대법원은 지난 4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을 근거로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 부산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한 상고를 최근 심리 기각하며 2심을 확정했다. 건산법 제22조 5항은 ‘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건설사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공공은 소송 등 공식 절차 없이 공사비를 인상해 줄 경우 담당자가 업무상 배임으로 징계 조치를 받을 수 있어 더욱 몸을 사린다. 도로 철도 등 인프라 구축 지연은 국민의 공공복리와 직결된다.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의 공사비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최근 들어 다행스럽게도 공사비 파국을 피한 재건축 현장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조합과 건설사가 한발씩 양보해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건설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공사비 상승 내역을 조합원에게 충실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실적 악화를 ‘공사비 부풀리기’로 만회하려는 꼼수는 문제를 더 꼬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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