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바이오기업 퇴출법 연내 통과…"韓이 빈자리 선점해야"

입력 2024-06-25 17:48   수정 2024-06-26 01:42


미국 의회가 올 1월부터 입법에 나선 ‘생물보안법(Bio Secure Act)’에 세계 바이오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 이 법안을 통해 중국 바이오기업은 물론 중국산 장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른 나라 기업에도 미국 시장 접근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은 25일 법무법인 율촌과 함께 미 생물보안법을 주제로 ‘제1회 입법콘서트’를 열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바이오협회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이 이슈를 조명한 최초의 토론회로 바이오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中 바이오 견제에 뭉친 미국 조야
미 생물보안법은 적대 국가의 바이오사업을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초 발의돼 지난달 상·하원의 관련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빠르다. 법안은 중국 최대 유전체 분석업체 BGI그룹과 세계 선두급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우시바이오로직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인 우시앱텍 등 5개 중국 바이오업체를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생명공학회사’로 규정했다. 이들과 이들의 제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

박지웅 율촌 변호사는 주제발표에서 “미국 내 제품 판매 자체를 제한하는 건 아니지만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건강보험 서비스(메디케어, 메디케이드)에는 들어올 수 없는 우회 규제 방식”이라며 “사실상 중국 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바이오업체에 거래를 끊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들은 20만달러 이상을 들여 법안 처리를 저지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법안 초기 단계에서 규제 대상이 아니던 우시바이오로직스가 포함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 입법컨설팅업체인 BGR의 브랜드 델몬트 생명과학헤드는 화상으로 토론회에 참석해 “하원 40 대 1, 상원 11 대 1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상임위를 통과할 만큼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다음달 하원 본회의를 거쳐 늦어도 연말에는 입법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기업에 호재 가능성
미국은 규제 대상 기업들이 중국인민해방군과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군부가 요구하면 언제든 미국인의 것이 포함된 바이오·유전자 정보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군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 화웨이를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퇴출시킨 2019년 국방수권법과 유사하다.

당시 삼성전자 등이 수혜를 본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 기업이 반사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전체 분석과 CDMO 분야 기업의 기대가 높다. 이날 행사 패널 토론자로 나선 김창훈 마크로젠 대표는 “마크로젠의 미국 자회사 소마젠이 최근 수십억, 수백억원 단위의 프로젝트를 계약했다”며 “생물보안법이 소마젠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크로젠은 국내 최대 규모의 유전체분석 기업으로 글로벌 기준으로도 10대 유전체회사로 꼽힌다.

CDMO 기업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의 양재영 전무도 토론에서 “이달 초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제약·바이오 박람회 ‘바이오USA’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시를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작년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남은 입법 과정에서 기회 엿봐야
다만 규제 대상 중국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 기업은 공급처를 바꾸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마크로젠도 BGI 장비를 활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며 “생물보안법에 선제 대비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이 발효되더라도 8년간 중국산 장비와 서비스를 교체할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날 토론회에서 확인됐다. 갑작스러운 법안 시행으로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공급이 제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미국 의회의 입법 단계마다 법안 내용이 바뀌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 따라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의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유럽과 인도, 일본 등의 경쟁사보다 앞설 수 있도록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지연/남정민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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