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이 직장내에서 해결 안되는 이유

입력 2024-07-09 16:53   수정 2024-07-12 10:29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다보면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사례 하나하나 쟁점이 다르고, 처리과정에서의 복잡성을 쉽게 일반화하기도 곤란하다. 더구나 조직마다 문화가 다르고 사업의 특성이 다르며, 무엇보다 괴롭힘 감수성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피해자와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과제에 대한 접근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조사를 통한 판단 이후에도 사건 처리는 남아 있다.

<i>#'불리한 처우 금지' 언제까지</i>…

사실확인을 통해 괴롭힘이 성립된 경우는 물론 성립되지 않은 경우도 괴롭힘 신고인이나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인사조치 금지의무는 핵심 과제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중범죄에 해당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리한 처우가 무엇인지 언제까지 불리한 조치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정당한 조치와의 구분점은 무엇인지 ‘칼’같은 기준이나 상세한 기준이 있어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이를 설정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프로 불만러’의 등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예를 들면, 입사 직후부터 상사와 동료들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연속적으로 신고하던 신입사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업무상 질책을 받아 괴롭다며 멘토 선배와 상사를 ‘직괴’로 신고하였지만 부서 전체에 대한 조사작업을 거쳐 괴롭힘이 아닌 것으로 어렵게 결론을 내려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고를 계속하는 상황이 가능하다. 마침 3개월 후 중 지방사업소 발령이 나자 신고에 따른 불리한 처우라며 인사명령 철회를 주장하는 편지를 사장에게 발송하자, 조직에 비상이 걸리고 모든 직원들이 지방사업소 순환근무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납득시켜 결국 전보가 이루어졌다.

문제는 이후로도 전보, 연봉결정, 승진, 해외연수 누락 등 모든 인사 처분이 내려질 때마다 거침없이 신고하면서 회사로서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문제는 회사 담장을 넘어 관계 기관으로 가거나 언론제보로 이어지는 경우다. 회사의 조치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지와 관계없이 신고인이 회사 조치를 거칠게 비난하는 상황이 전개될 때 회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그저 시간이 지나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i>#피신고인에 대한 필요한 처우하기</i>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 처리에 대해 오랫동안 팟캐스트를 해오고 있는 영국의 전문가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건이 확실히 처리되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하기에 혼자 웃은 적이 있다. 맞는 이야기이다. ‘직괴’ 사건은 당사자간에 진술이 엇갈리고 사실에 대한 기억도 상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20여년 넘게 사내에서 가장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선후배 간에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 사적으로 이사도 함께 돕고 직장을 수차례 함께 이직하는 것은 물론 출산도 함께 챙기던 관계라서 선배인 상사는 ‘친하다’는 생각으로 반말이며 다소간의 폭언도 허용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제 관리자로 승진한 후배는 부하직원들 앞에서 하대하는 선배의 행동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고 생각되어 ‘신고’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행위자가 ‘정직’처분은 부당하다면 문제를 제기했고, 조사 결과 몇 가지 사실관계에 대한 절차상 하자가 드러나면서 피신고인에 대한 정직 결정이 취소되어 원직에 복직하는 역전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른바 ‘살아 돌아온 행위자’는 오랫동안 헌신에도 불구하고 조사과정에서 당했던 모역감을 그대로 새기며 그간의 충성심만큼 ‘반(反)회사’로 돌아서게 된다.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엄중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해임 등 조직에서 영원히 이탈시키는 처분은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제 회사는 영원한 보호조치를 요구하는 신고인과 더불어 충성만큼이나 원한으로 가득한 행위자와 그에 대한 조직의 배신에 동조하는 집단들의 분노로 넘쳐나는 ‘분노의 조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난제에 시달리게 된다.


<i>#불이익 처우 이유로 징역형 나오기도</i>

대법원(2022.7.13.선고2022도4925)은 2019년 7월 12일부터 24일 까지 관리이사의 신고식 명목 금품 강요가 폭언 등이 문제되어 회사에 신고하였으나, 신고인을 원거리 발령 내자 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구제신청과 함께 사용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에 위반한 불이익 처우로 형사고소한 사건에서 검사의 약식기소를 넘어 사용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2021.4.6. 선고2020고도245)과 이를 유지한 항소심(2022.4.13. 선고2021노438)을 확정한 바 있다.

법원은 ‘사용자의 인권의식이 법률이 정한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다면서, 근로자에 대한 배려의식이 없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업주의 행태가 지속되지 않기 위해 범죄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 사건 사용자는 해당 인사조치가 오히려 유리한 근무여건으로 변경한 것이라는 항변을 하였지만, 가족 간병을 해야 하는 근로자에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할 수 없는 거리로 전보명령이 이루어진 신고인의 주관적 여건을 감안하여 불이익처분이라 판단하고, 검사의 200만원 구약식 기소를 넘어 6개월의 징역형과 특별준수사항을 포함하는 보호관찰 그리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여기서 사업주가 30여명의 근로자를 고용한 영세업체라는 점, 법률 통과 직후 사건이 발생하여 미처 충분한 대응이 어려웠던 점 등은 유리한 정황으로 반영하여 6개월의 징역형에 대해 집행유예 2년을 적용한 바 있다. 3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3년 이하의 징역형이라는 명문의 법규정은 현실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례이다. 현재 하급심 단위부터 다양한 선례가 축적되면서 직장 내 괴롭힘의 해석론이 정비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i>#시행 5년만에 법개정? 정답 아닐수도</i>

앞서 언급한 허위신고 현상에 대한 현장에서의 어려움과 관련 지속반복성 요건을 보완하는 방향에서 법적 정의를 개정하자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법시행 5주년을 맞아 이와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아직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의 정의를 다시 손대는 경우 무익한 갈등만 양산하지 않을지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외국에서 지속반복성 요건을 법으로 정한 사례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괴로워서 괴롭다고 신고하는 신고인의 입을 법으로 틀어막아서 돌아올 실익이 얼마나 클지는 다른 문제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지속반복성 요건이 타당한지에 대한 상당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행위자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프랑스는 괴롭힘 사건 접수 시 최소한의 증거나 괴롭힘 피해로 인한 정신적 피해 입증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판례에 대한 비판 관점도 있다는 점을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

아일랜드의 경우 신고접수기간을 사건 발생 6개월 이내로 정하는 입법례의 배경도 살펴보고, 호주 등 신고비용을 부과하게 된 타당한 이유나 운영측면의 시사점도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가 직면하는 허위신고에 관한 핵심적인 원인이 혹시 조급한 법개정을 통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대한 과태료 조항을 확대한 탓에 기업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 시간도 없이, 많은 사건이 기업 담장을 넘어가도록 한 것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문강분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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