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케팅 격전지 된 성수동…"고객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입력 2024-06-25 16:27   수정 2024-06-25 16:28


“사전 당첨 연락받으셨나요?”

지난 15일 기아의 소형 전기차 EV3를 대중에 처음 공개하는 행사가 열리는 서울 성수동의 기아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들어가려 하자 직원이 막아서며 물었다. 15~16일 이틀간 열린 EV3 프리뷰 행사에 허용되는 인원은 4500명. 40분간 도슨트와 함께 진행되는 이날 행사는 20~30대 젊은 고객이 주를 이뤘다. 젊은 고객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EV3를 체험하고 그 경험을 SNS를 통해 공유했다.

자동차 마케팅이 변신 중이다. 전시장을 열어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탈피해 충성도 높은 MZ세대 고객이 많은 곳을 직접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고객을 사로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희소성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성수동은 이 같은 새로운 마케팅의 격전지가 됐다.

자동차회사들의 마케팅 공식을 변화시킨 건 20대 고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대 신차 구매 대수는 집계를 시작한 2019년 9만1612대에서 지난해 7만8084대로 크게 줄었다. 이들의 지갑을 다시 열기 위해선 마케팅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지난 주말 자동차 매장인 ‘르노성수’에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나이스웨더 입점 행사가 열렸다. 매장에 들어서자 DJ 음악이 울려 퍼졌다. 자동차 전시장인지 헷갈릴 만큼 다양한 굿즈가 눈에 띄었다. 30대 자영업자 방성민 씨는 “평소 좋아하던 브랜드가 자동차 전시장에서 컬래버한다는 소식에 찾아왔다”며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데 자동차를 직접 보니까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 4월 첫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르노성수 2층 카페는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이곳에선 프랑스 디저트 전문가 얀 쿠브레 셰프가 선보인 케이크도 먹을 수 있다. 카페 옆엔 수리 중인 자동차들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다. 르노성수 관계자는 “리뉴얼 이후 주말 방문 인원이 10배가량 늘었다”며 “방문 연령대는 과거엔 50대 이상이 많았으나 지금은 20~30대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걸어서 15분 거리인 MINI 성수 전시장에선 유튜브 라이브 방송도 진행되고 있었다. 박상준 MINI 성수 전시장 지점장은 “직접 매장을 찾지 못하는 고객들과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MINI 최초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며 “차량을 실시간 방송으로 보여주고 고객에게 차량 상담과 견적을 안내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기반 복합문화공간 ‘피치스도원’에도 젊은 고객들이 북적였다. 매장에는 한국타이어가 후원하는 레이싱카와 람보르기니 등 자동차가 전시돼 있고, 그 옆에선 티셔츠와 모자 등을 판매 중이었다. 볼보는 지난해 11월 이곳에 EX30 팝업 스토어를 열고 인플루언서 초청 파티 등 행사를 열었다.

한때 자동차 흥행 공식의 필수던 모터쇼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것은 성수동의 부상과 같은 맥락이다. 젊은 고객은 더 이상 고정된 방식의 모터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격년으로 열리는 부산모터쇼는 올해 이름을 ‘부산모빌리티쇼’로 바꿨다. 27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된다. 이번 부산모빌리티쇼에 참가하는 완성차 브랜드는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 BMW, 미니 등 총 6곳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캐스퍼 전기차를 처음으로 선보이고, 르노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로라1(프로젝트명)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부산모빌리티쇼 주최 측은 시승 행사와 오프로드 동승 체험, 가상현실(VR) 자동차 경주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준비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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