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 71' 엠에스오토텍 합병 비율 논란… "대주주에게만 유리" 소액주주 반발

입력 2024-06-25 15:30   수정 2024-06-25 17:32

이 기사는 06월 25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엠에스오토텍이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주가가 저평가된 엠에스오토텍과 대주주의 가족회사를 합병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대폭 낮아진다. 2022년 지배구조 개편 당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에게 뭇매를 맞고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조정했던 '동원산업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구조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엠에스오토텍은 최대주주인 심원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엠에스오토텍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비상장사 심원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과 함께 엠에스오토텍의 경주공장 사업부문의 물적분할도 추진한다. 엠에스오토텍은 합병과 분할을 통해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지주사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엠에스오토텍과 심원의 합병 비율이다. 엠에스오토텍의 합병가액은 1주당 4360원으로 설정됐다.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다. 엠에스오토텍이 보유한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면 주당 6314원이 나오지만 엠에스오토텍은 자산가치보다 낮은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수치를 합병가액으로 채택했다. 비상장사인 심원의 합병가액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토대로 산정해 31만669원이 나왔다. 엠에스오토텍과 심원의 합병 비율은 1 대 71.25다.

소액주주들은 엠에스오토텍에 불리한 주식가치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한 건 대주주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반발한다. 심원은 이태규 엠에스오토텍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다. 최대주주는 이 사장의 부인인 송혜승 씨(지분율 48.63%)다.

엠에스오토텍이 1대 71.25의 합병 비율에 따라 심원 주주들에게 합병신주 2351만3936주를 발행해 심원을 흡수합병하면 송 씨는 엠에스오토텍 지분 16.5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송 씨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과 엠에스오토텍 자사주를 더한 지분율은 60.57%로 확대된다. 기존에 심원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엠에스오토텍 지분은 40.26%였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기존 59.73%에서 39.43%로 줄어든다.

엠에스오토텍은 합병 후 자사주(1308만7828주·18.92%)의 절반을 소각하고, 절반을 부채 상환 등에 활용하겠다는 주주환원정책도 내놨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합병구조를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설정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엠에스오토텍은 26일까지 주주들로부터 합병 반대 의사를 수렴한다.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받는다.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된 주식 매수 예정 가격이 4439원에 불과하다. 전날 종가(4250원)와 큰 차이가 없다.
합병 반대하는 소액주주 결집 중
일각에선 엠에스오토텍이 추진하는 합병 구조가 2022년 동원그룹이 추진한 지배구조 개편안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원그룹은 상장사인 동원산업이 비상장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동원산업도 자산가치보다 낮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설정해 주주들의 큰 반발을 샀다.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역시 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대부분 보유한 사실상 가족회사였다.

당시 동원산업 소액주주들과 기관투자가들은 대주주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합병구조가 설계됐다며 들고 일어났다.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소송을 검토하고, 국회에서 합병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 이외에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까지 발의되자 동원그룹은 결국 꼬리를 내렸다. 동원산업의 합병가액 책정 기준을 주가에서 순자산가액으로 바꿨다.

대주주 지배력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됐지만 동원그룹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편을 택했다. 하지만 엠에스오토텍은 동원그룹과 달리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은 종목이고, 엠에스오토텍에 투자한 기관투자가들도 많지 않아 동원산업 사태처럼 크게 화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에게 유리한 합병안을 철회시키기 위해 합병을 반대하자는 뜻을 모으고 있다. 엠에스오토텍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에게 지급해야 할 주식매매대금이 120억원을 넘으면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합병을 철회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단서로 달았다. 주식 매수 예정가격이 4439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합병에 반대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식이 270만주를 넘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엠에스오토텍 소액주주가 소유한 주식 수가 2727만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액주주 10명 중 1명이 반대하면 합병 철회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엠에스오토텍은 1982년 설립된 자동차 부품사로 경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엠에스오토텍의 창업주이자 이 사장의 부친인 이양섭 엠에스오토텍 회장은 현대자동차 사장을 지내고, 현대증권 회장을 역임했다. 엠에스오토텍은 자회사인 명신이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하면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 명신은 이곳을 전기자동차 생산기지로 쓴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위탁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 계획을 포기했다. 엠에스오토텍의 자회사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명신산업은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유명하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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