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떠난 이수만, 100억 베팅…이 회사도 '먹는 비만약' 개발한다

입력 2024-06-26 13:56   수정 2024-06-28 10:41



"2027년을 목표로 이중작용제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먹는 약으로도 동시 개발할 계획입니다."

24일 서울 마곡 본사에서 만난 김종균 프로젠 대표는 핵심 비만·당뇨약으로 개발 중인 핵심 파이프라인 'PG-102'의 개발 목표를 설명했다.

프로젠은 이날 PG-102를 먹는 제형으로 개발하기 위해 라니테라퓨틱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라니테라퓨틱스는 셀트리온과도 협업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를 월 1회 투여하는 경구제를 개발 중인 기업이다. 경구용 캡슐 플랫폼 ‘라니필’을 보유하고 있다. 흔히 섭취하는 영양제 크기의 캡슐은 소장에서 캡슐이 분해되고 체내에 녹는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약물을 흡수시키도록 설계됐다.

비만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한 여러 바이오기업들이 경구용 제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기존 펩타이드 형태를 저분자화합물로 바꾸는 추세다. 펩타이드 형태는 소화기관에서 흡수율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다. 라니필 기술을 적용하면 펩타이드 형태 그대로도 흡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먹는 펩타이드는 위를 통과하면서 분해돼 생체이용률이 1%인데 타사에서 라니필 기술을 적용해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는데 생체이용률이 80%로 높았다”고 했다.

프로젠은 내달부터 먹는 비만약을 공동개발한다. 올해 가을쯤 전임상(개 실험)으로 생체이용률을 확인한 뒤 내년 1분기 임상 1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내년 초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이 목표다.
GLP-1·GLP-2 이중작용제로 틈새시장 공략

비만약 시장이 고도화되며 개발사들은 이중·삼중작용제로 개발 방향을 다각화하고 있다. 프로젠은 비교적 경쟁자가 없는 GLP-1와 GLP-2를 선택했다. 김 대표는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점한 시장에 같은 타깃으로 뛰어드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단장증후군 치료제로 주로 개발되는 GLP-2를 함께 노려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했다.

전임상 단계에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보다 혈당조절 면에서 우수한 효과를 증명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프로젠이 추가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염증 감소다. 김 대표는 “GLP-2가 장 투과성을 높여 대사성 내독소혈증과 만성 저등급 염증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실제 전임상 결과에서 PG-102를 투여하면 베타세포(인슐린을 만드는 세포)가 더 잘 보존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만성질환자들은 대부 베타세포 자체가 파괴돼 있는 경우가 많다. 프로젠은 임상 1a상을 통해 약물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증명한 결과를 지난 22일부터 개최된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했다.

다만 경쟁사인 덴마크 질랜드파마가 지난 5월 기대에 못 미치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PG-102와 같은 타깃 이중작용제 ‘다피글루타이드’는 저용량(4·6mg) 연구자주도 임상 2상에서 1차 종결점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량(13mg) 임상 1b상에 대한 결과는 올해 하반기 발표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전임상 결과를 토대로 질랜드파마의 약물보다 PG-102의 약효가 뛰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사질환의 경우 항암제와 비교해 훨씬 전임상에서 임상 재현율이 높은 편이라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또 “GLP-1의 비율이 GLP-2에 비해 2.5배가량이 되도록 구성해 안전성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내년 코스닥 상장 추진

프로젠은 1998년 성영철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와 동아제약이 바이오시밀러 생산 세포주를 개발하기 위해 세운 기업이다. 김 대표는 “회사 초기에는 파이프라인 자체를 공개하지도 않았고 동아제약 연계 플랫폼을 주로 개발해왔다”며 “자체적으로 약물을 개발하기 시작한 건 2015년 무렵부터”라고 했다.

대표적인 성과는 지아이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한 알레르기 치료 후보물질이다. 2020년 유한양행에 1조409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되면서 프로젠도 계약금의 10%가량을 수령했다. 유한양행이 포스트 ‘렉라자’로 여기는 파이프라인의 하나인 만큼 향후 개발 단계에 따라 프로젠도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프로듀서가 프로젠에 투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총 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약 8.8%를 보유하고 있어 유한양행(34.8%), 에스엘바이젠(19.8%)에 이어 프로젠의 3대 주주다.

지난해 11월 코넥스 상장한 프로젠은 내년부터 코스닥 이전상장 준비도 시작한다. 김 대표는 “올해 10월경 발표할 임상 결과를 토대로 내년 초 기술성평가를 추진할 것”이라며 “‘바이오 유럽 2024’에 참여해 기술이전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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