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바다 7만평 '고려 보물' 한가득인데…잠수 장비 고작 3대뿐

입력 2024-06-26 17:21   수정 2024-06-26 17:54



'수중 장비검사 이상 무. 하잠(下潛)!"

26일 찾은 전북 고군산군도 수중유산 발굴조사 현장. 인근 해역에 입수한 김태연 잠수사(45)의 음성이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휘통제실 모니터로 실시간 송출되는 김씨의 가시거리는 3~5m 남짓. 2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인 김씨는 해저의 진흙을 60㎝가량 파 내려갔다.



40분 뒤 김씨는 20㎏ 상당의 나무토막과 도자기 파편이 가득 담긴 망태기를 들고 복귀했다. 30㎏이 넘는 잠수장비를 내려놓은 김씨는 연신 "심 봤다"를 외쳤다. 그는 "고려시대 선박의 일부로 추정된다"며 "고군산군도에서 3년째 잠수하고 있는데, 조만간 난파선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고려시대 대중국 무역의 기항지, 수군진(水軍鎭)이 설치된 군사 요충지, 임금의 임시거처 숭산행궁(崧山行宮), 바다신한테 제사 지내던 오룡묘(五龍廟)….

'동아시아 보물창고' 고군산군도의 다른 이름들이다. 선유도·무녀도·신시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이곳엔 예로부터 많은 배가 오갔다. 화물로 실었던 청자 다발과 고선박에서 사용한 노, 닻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된 만큼 문화유산계에선 난파선이 매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군산군도 해역 수중유적은 2020년 선유도 일대에서 작업하던 잠수사의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수중 발굴조사를 통해 청동기시대 마제석검과 삼국시대의 토기,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900여점이 발견됐다. 특히 마제석검은 선사시대부터 선유도 해역에서 해상활동이 이뤄졌음을 알려주는 단서다.

현재까지 시굴이 완료된 면적은 선유도 동쪽 해역 2780㎡로 전체 조사 대상 면적 23만5000㎡의 약 1.2%에 해당한다. 탐침봉을 통한 예비조사까지 합쳐도 2.8%에 불과하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10월 말까지 총 139일 동안 8000㎡에 이르는 구역을 중점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찾은 고군산군도 발굴조사 현장은 대체로 열악했다. 현장에 비치된 잠수 장비는 총 3대였는데, 지상의 공기를 압축해 잠수사한테 전달하는 파이프 연결지점이 '덕 테이프'로 임시 고정된 상태였다. 김씨는 "파이프가 주변 선박의 프로펠러에 휘말린다면 잠수사들의 '생명줄'이 끊어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중점 조사 대상 지역의 수심은 썰물 기준 6~7m로 290t급 조사 선박 누리안호가 진입할 수 있는 수심 기준(10m 내외)에 못 미친다. 잠수사가 수작업으로 유물을 탐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규훈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현재 8명의 잠수사가 교대로 작업하는데, 전체 조사 대상 면적을 파악하기에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해양 유산 탐사·관리를 위한 인력과 장비 확충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고군산군도 일대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매몰된 만큼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다"며 "정부에 수중유산 조사 관련 예산 증액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안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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