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 보문면에서 황영숙 씨 등 세 자매가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농부창고 영농조합법인은 100% 국산 원료와 저온 착유 방식으로 참기름, 들기름, 생강청 등의 전통 식품을 생산하고 있다. 30~40대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2021년 4억여원이던 매출이 20억원대로 높아졌다. 이 회사는 한 해 158개 농가와 협력해 지역의 참깨와 생강 등 원재료 80t을 수매하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을 정직원으로 고용해 일자리 제공에도 기여하고 있다. 베트남, 대만 등에 수출도 시작했다.
상주시 성하동의 알브이핀(대표 신봉국)은 소셜브랜드 ‘마르코로호’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지역의 할머니들과 매듭· 뜨개· 봉제 소품 등 수공예 제품을 생산해 13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할머니들은 패션모델로도 활동한다. 알브이핀은 청년(21명)과 할머니(35명)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경북 구미의 에코썸코리아 박미진 대표는 국내에 유통되는 천연수세미의 80%가 중국산이며 국내 수세미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직접 수세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천연 수세미, 커피 찌꺼기 화분, 제로 웨이스트 교육용 키트, 업사이클 캠핑용품 등 10여개의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383개 경북 사회적기업 중 조사에 참여한 361개 기업의 총매출액이 5427억원, 근로자 4100명으로 사회적기업 전환 전보다 매출액은 2.9배로, 근로자는 2.21배로 각각 증가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최영숙 도 경제국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보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활용할 수 있는 자원과 방법을 알려주는 쪽으로 사회적기업의 자립을 유도해왔다”며 “정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경북 사회적기업의 자립 경영이 오히려 빛을 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기업 중간지원 조직인 지역과소셜비즈의 박철훈 대표는 “경북 사회적 기업의 성장은 정부 제4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의 핵심기조인 ‘자립과 지속가능성 확보’와도 맥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경북도는 우량 사회적기업 육성에 나서 2015년 11개이던 10×10클럽(매출 10억, 고용 10명 이상)이 2015년 66개로 증가했다. 또 초기 사회적기업 성장을 위한 창업 성장 지원, 우수 유망기업 지원, 소비 저변 확대를 위한 착한 소비 프로모션 등 정부지원 없이 시장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공을 들였다.
수익성 개선도 꾸준히 이루어져 2010년 20%대에 이르던 영업손실이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향상됐다. 경북 사회적기업들이 재투자한 사회공헌 총액은 한 해 150억원에 이른다. 돌봄이나 교육 등 사회서비스의 무상(저가) 수혜 인원은 한 해 9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사회적기업들이 창출하는 고용의 가치도 탁월하다. 전체 사회적기업의 여성 고용률이 57%, 청년 채용률도 40%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 중 54%를 장애인, 저소득층, 고령자, 결혼이민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고용해 사회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인수 도 사회적경제민생과장은 “자립 경영의 지표인 재정자립률은 96.1%에 달해, ‘사회적기업이 정부 지원에 의존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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