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비싸진 영화 티켓값이 멀티플렉스 3사의 가격 담합 때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회사들이 같은 시기에 수 차례 가격을 올렸고, 그때문에 소비자들이 영화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티켓 가격 담합·폭리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추은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카드수수료를 1개월 차이를 두고 함께 인상한 카드 사업자들의 카드수수료 인상 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한 2006년 대법원판결이 있다"며 "묵시적으로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는 행위도 담합으로 볼 수 있어 공정위에 멀티플렉스 3사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오른 영화 티켓값에 소비자들의 영화관 방문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이날 나왔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티켓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낀 관객과 소비자들이 영화 관람 횟수를 줄이면서 관객 수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실제로 영화관 방문의 가장 큰 이유로 '비싼 티켓값'을 꼽았다. SM C&C의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가 20~50대 5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람객 76%는 '티켓값을 내리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티켓 가격 결정은 철저히 각 사업자의 경영 판단하에 이뤄진다"며 "(3사의) 티켓값이 유사한 것은 극장의 운영 형태, 판매 상품, 임대료·인건비 등 제반 비용 구조 등 사업적 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OTT와 경쟁해야 하는 영화업계는 현재 호황기였던 팬데믹 이전의 60%가량밖에 회복하지 못해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며 "티켓값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적은 관객으로도 영화의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영화를 극장에 개봉해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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