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익률이 1200%인데 왜 매도가 안 되죠?”
30대 투자자 A씨는 지난 25일 밤 토스증권 해외주식 계좌를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작년 200만원을 투자했다가 반토막이 났던 미 나스닥 상장사 니콜라의 주가 상승률이 갑자기 네자릿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간만에 찾아온 익절매 기회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A씨는 “매도 버튼이 없어 주식을 팔지 못했다”며 “최근 뉴욕거래소 전산 오류 사태가 있었던 만큼 비슷한 문제에 휘말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초보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많은 토스증권 주주 커뮤니티에선 A씨와 같은 투자자들이 평가금액을 ‘인증 릴레이’를 펼치며 불만을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난 모습이다. 베테랑 서학개미들이 사전 공지사항을 다시 게시판에 올리면서다. 토스증권에 따르면 이번 이상 수익률 표기는 니콜라가 지난 20일 주식 액면병합(역주식 분할)을 발표하며 벌어진 일이다. 니콜라는 지난 4월부터 주가가 1달러를 하회해 상장폐지 위기에 내몰린 상태였다. 나스닥 상장사는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달러 아래에 머물 경우 180일 이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권고받는다. 이후에도 주가 변화가 없으면 상장 폐지된다.
수소·전기 트럭 업체인 니콜라는 사업적 호재로 주가를 부양하기 어려웠다. 최근 미국 전기차 상장사들은 피스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리비안도 상장폐지 가능성이 대두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남은 선택지는 역주식 분할이었다. 30주를 1주로 합치는 작업을 단행해 주식 수를 줄여, 주가를 1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리려 했던 것이다.
25일(현지시간)은 주식 합병의 효력발생일이었다. 통상 미국에서 역주식 분할이 이루어지면, 국내 증권 계좌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4영업일 내 잔고 조정 기간이 필요하다. 미국 거래소에서 변동된 주가나 주식 수량 등이 한국예탁결제원으로 새롭게 전송되고, 이를 각 증권사 시스템이 다시 받아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잔고 조정 기간에는 원칙적으로 기존 주식 매도가 불가능하고, 주식을 새로 사고 파는 것만 가능하다. 다만 투자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NH투자증권 등 일부 대형사는 ‘선반영 시스템’을 따로 꾸려 매도를 허용하기도 한다.
잔고 조정 기간에는 평가금액 ‘뻥튀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새로운 주가와 주식 수량이 동시에 반영되지 못하고, 주식 수량 감소가 상대적으로 늦게 적용될 때 발생하는 이상 표기다. 혼란을 막기 위해 선반영 시스템이 없는 증권사는 공지사항으로 미리 안내 작업을 벌인다. 이상 표기는 액면분할이나 기업 합병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투자자들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니콜라 주가는 9.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병합 전 가격으로 환산하면 전 거래일 대비 10.94% 하락했다. 역주식 분할을 현지 투자자들이 ‘꼼수’로 해석한 셈이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