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초여름 실종사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탄소중립

입력 2024-06-26 17:52   수정 2024-06-27 00:08

6월은 원래 초여름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초여름이 실종되고, 때 이른 폭염주의보와 열대야를 알리는 뉴스가 익숙해졌다. 1970년대 6월 평균 기온은 20.8도였는데, 2020년대엔 22.3도로 무려 1.5도 높아졌다. 올해 첫 폭염주의보는 작년보다 1주일 이른 6월 10일에 내려졌고 하루 뒤 강릉에선 열대야까지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기후위기 대응이 촉발한 녹색경제는 주류 경제체제로 진입했고, 탄소가 새로운 통상의 기준이 됐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비전’에 따라 분야별 감축 목표를 설정해 이행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4월 강기정 시장 주재로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열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5% 감축하고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광주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강 시장은 “정부보다 5년 이른 ‘2045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이 말로 끝나지 않으려면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동안 시민 참여로 이룬 성과는 작지 않다. 한국전력은 에너지캐시백 사업을 통해 지난해 231GWh의 전기 사용량을 절감했다. 12만 명이 사는 서울 중구의 연간 주택용 전기 사용량(226GWh)보다 많다.

에너지캐시백은 개별 가구(주택용 전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직전 2개년 평균에 비해 전기 사용량을 3% 이상 절감한 경우 전기요금을 최대 30%까지, 절감률에 따라 ㎾h당 30~100원 깎아주는 제도다. 현재 90만 가구가 가입돼 있다. 100만 가구 가입을 달성하기 위해 오는 7월 14일까지 이벤트도 열고 있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광주 온도 낮추기 우수 아파트 조성사업’에는 지난 14년간 42만 가구가 참여해 전기, 가스, 수돗물, 음식물 등 6만6389㎿h의 에너지를 절감했다. 이를 통해 감축한 온실가스는 약 2만8000t에 달한다. 그 효과는 무등산 광주권역 산림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목을 심은 것과 같다.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이 된 셈이다.

기상청은 올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하루 ‘에너지 소비 1㎾h 줄이기’를 실천해 보자. 적정 실내온도 26도 유지하기(0.41㎾h), 사용하지 않는 조명 끄기(0.36㎾h),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 플러그 뽑기(0.32㎾h) 등 세 가지만 실천하면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한 달에 약 7520원의 전기요금도 절약된다.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한다. 당장 어렵고, 귀찮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핑계로 극강의 폭염과 한파가 미래 세대의 일상이 되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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