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금 마련을 위해 산업은행에 정책자금 대출을 요청한 데 이어 회사채 시장도 들여다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건 2001년이 마지막이다. 삼성전자의 재무전략에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재경팀 임직원들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와 만나 회사채와 글로벌본드(외화 조달을 위해 해외에서 발행하는 채권) 발행 여건을 점검했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반도체 투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선 ‘무차입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삼성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삼성전자가 단순히 회사채 시장 상황 점검을 넘어 발행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 10월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5000억원을 조달했다. 이후 23년 동안 국내에서 회사채를 찍지 않았다. 해외에선 2012년 4월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5년 만기로 글로벌본드 10억달러어치를 발행한 게 마지막이다. 당시 5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에 0.8%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였다.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본드를 찍은 한국석유공사(가산금리 2.1%포인트)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삼성전자와 해외법인(하만 제외)이 채권을 발행한 적이 없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자금시장 구축(crowd-out)’ 효과를 우려해 채권을 발행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평가한다.
국가신용등급과 맞먹는 삼성전자가 회사채 발행을 통해 시중자금을 대거 빨아들이면 다른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전력이 대규모 한전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시중자금을 흡수해 일반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대해 “회사채 발행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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