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주가가 늪에 빠졌다. 개인 투자자는 꾸준히 저가 매수 전략을 펴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임원들도 줄줄이 자사주를 매도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라인야후 사태, 중국 e커머스 공습 등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관측했다.
27일 오전 10시45분 현재 네이버는 전일 대비 1900원(1.13%) 하락한 16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장중엔 주가가 16만5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경신했다. 현재 주가는 연초 대비 26.3% 낮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36조3795억원에서 27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주가가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네이버를 사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국내 증시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이다. 개인은 전날까지 네이버 주식을 2조638억원어치 사들였다. 2위 삼성SDI(1조3375억원)와 차이는 70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95만4157명이던 소액주주수도 105만1872명으로 10만명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5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네이버에 투자한 16만1429명 중 99.73%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평균 단가는 28만89원이다. 평균 손실률은 33.72%에 달한다. 대부분의 개인이 손실을 보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물타기(추가 매수로 평균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 매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은 종목 토론방에 모여 한탄하고 있다. 한 주주는 "17만원에 손절하길 잘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뿐만 아니라 경영진을 성토하는 글도 쏟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주가가 부진한데 임원들이 자사주를 매도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통상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는 악재로 읽힌다.
지난달과 이번 달 이인희 네이버 리더는 자사주 1400주(2억4378억원어치)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현재도 그는 자사주 3006주를 갖고 있다. 강경돈, 하선영, 이정안 리더도 이번 달 각각 304주, 1000주, 356주를 팔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네이버 주가가 단기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광고 시장 회복세가 둔화했고, 실적 기대감이 축소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테무, 알리 등 C커머스의 국내 진출이 네이버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단기 투자심리는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며 동남아 시장 지배력을 잃게 되면 네이버 기업 가치는 크게 훼손될 전망"이라며 "라인야후 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너무 커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눌린 면이 있다"고 했다.
네이버웹툰(웹툰엔터테인먼트)의 미국 증시 상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네이버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18만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트레이딩 바이(단기매수)'를 제시했다. 웹툰 사업부 기업공개(IPO)로 지분 가치가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증권사 김아람 연구원은 "IPO로 인한 지분 희석과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등 지분 가치를 보수적으로 보면 네이버 주가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웹툰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데다 경쟁 환경 가속 등에 따라 현재 주가 부진의 장기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7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18~21달러)인 21달러로 결정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는 26억7000만달러(약 3조7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상장 직후 네이버의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은 63.4%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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