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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에서 이상고온 현상과 폭염이 속출한 가운데 식량 원자재 시장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인도와 중국 등이 앞장서서 필요 이상으로 식량 자원을 끌어모으면 이보다 더 가난한 국가에선 분쟁이 초래될 것이란 지적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농산물 업계에선 조만간 세계가 '식량 전쟁'에 직면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매우 가난한 국가는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싱가포르의 농산물 무역회사 올람 아그리(Olam Agri)의 써니 베르게스 최고 경영자(CEO)는 "인류가 그동안 석유를 놓고 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앞으로는 식량과 물을 놓고 더 큰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람 아그리는 네슬레와 유니레버 등 글로벌 식품 브랜드에 식재료, 사료, 섬유를 공급한다.
베르게스 CEO는 지난주 로스차일드 산하 레드번 애틀랜틱 소비자 콘퍼런스에서 "자국 식량 재고를 늘리려는 각국 정부가 부과한 무역 장벽이 식량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전쟁 이후 154개국이 도입한 1266건에 달하는 비관세 무역 장벽이 '과장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상 기후로 농업생산에 차질이 빈번해지면 이 같은 보호무역 추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2022년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팜유 수출을 금지했고, 인도는 지난해 홍수 등으로 생산에 차질과 공급 부족에 대비해 의회 선거를 앞두고 쌀 수출 제한을 시행했다. 일부 국가들이 전략 원자재의 잉여분을 쌓아두면서 수요가 과장되고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수년간 해외 시장에서 식량을 사 모았다. 전 세계 옥수수 비축량의 69%, 쌀 비축량의 60%, 밀 비축량의 51%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다. 자연재해 등으로 중국 내 식량 생산량이 저조해도 2년 정도를 버틸 수 있는 양이다. 베르게스는 "인도, 중국 모두가 식량 완충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행동은 전 세계적인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비관세 장벽뿐만 아니라 유통 업자들의 투기도 문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가격이 상승한 것을 기회 삼아 대형 농산물 유통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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