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7일 14: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자금조달 통로를 넓히고 있다. 핵심 조달통로인 미국·유럽뿐 아니라 일본·호주·브라질·대만 등에서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틈새시장’ 공략으로 조달처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기업들의 구상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 발행을 목표로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 발행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사무라이 본드 시장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200억엔(약 1700억원) 규모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 가운데 1년 만기의 63억엔(540억원)어치 외화채 상환 시점이 다가오는 만큼 차환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물 시장 ‘큰손’ 한국수출입은행도 해외채 시장 개척에 앞장섰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에 영국 금융시장을 겨냥해 불독본드 3억파운드어치를 발행했다. 한국 기업이 공모 불독본드를 발행한 것은 2014년 수출입은행 이후 10년 만이다. 호주시장을 무대로 하는 캥거루본드도 활용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해 캥거루 본드 발행을 통해 10억 호주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물 단일 발행 기준 캥거루 본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브라질 헤알화 채권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4일 약 38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브라질 헤알화 채권을 발행했다. LH가 지난 4월 비금융 공기업 최초로 진행한 2700억원어치 헤알화 채권 발행 당시보다 규모를 더 늘렸다.
대만 시장을 공략하는 포모사 본드도 주목받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3억달러 규모의 포모사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포모사 본드는 대만 자본시장에서 현지 통화가 아니라 외화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조달 창구 다변화 차원에서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게 한국물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유럽 시장 뿐 아니라 각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줄을 최대한 확보해야 향후 위기 상황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채권 시장을 찾는 기업들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올해 ‘주요 이종통화 채권발행 여건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종통화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 축소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기업들은 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이종통화 채권 발행도 염두에 두고 시장 여건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용어풀이
아리랑본드·사무라이본드·딤섬본드·판다본드·불독본드·캥거루본드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원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아리랑본드, 일본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은 사무라이본드로 불린다.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위안화로 발행하는 채권으로는 딤섬본드와 판다본드가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면 딤섬본드, 중국 본토에서 발행하면 판다본드다. 외국기업이 영국에서 찍는 파운드화 채권은 불독본드로 통한다. 호주에서 호주달러로 발행한 채권은 캥거루본드라고 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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