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이 가장 맛있어요"…'간식천국' 동남아서 '인기 폭발'

입력 2024-06-27 17:01   수정 2024-06-28 02:10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있는 대형마트 ‘후지마트’. 스낵 코너의 길이 5m 진열대가 김 관련 제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일반적인 조미김과 김 스낵 등 김을 활용한 가공식품 대부분은 대상과 오뚜기, 광천김 등 한국 기업 브랜드를 달고 있었다. 쇼핑을 나온 응우옌린 씨는 “한국산(産) 김 제품은 맛도 좋고 품질에 믿음이 가 즐겨 먹는다”고 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요즘 한국산 김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특히 대상이 2017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생산 중인 김 브랜드 ‘마마수카’는 현지 시장점유율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김 한 장 나지 않는 이들 나라에 부는 한국 김의 돌풍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높아진 K푸드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동남아 수출 4년 새 60% 증가
동남아 시장에서 K푸드의 급성장은 각종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 5개국(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대한 5개 가공식품(소스류, 음료, 과자류, 라면, 김) 수출액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3억1620만달러(약 4398억원)에서 지난해 5억1170만달러(약 7100억원)로 4년 새 61.8% 급증했다. 이 기간 대(對)말레이시아 수출액은 2.3배, 필리핀 수출액은 2배로 늘었다.

한식진흥원이 세계 주요 18개 도시, 9000명의 현지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간편식을 아는 비율은 동남아가 60.6%로 전체 평균(39.2%)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코로나가 터진 뒤 날씨가 더운 동남아에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고 조리하기도 편한 가공식품과 간편식 수요가 늘었다”며 “수년 전부터 현지화와 고품질 마케팅을 통해 기반을 다지던 K푸드가 코로나 기간 본격적인 상승세에 올라탄 것”이라고 말했다.

K푸드 열풍의 일등 공신은 라면과 김이다.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인 베트남의 수입 라면 시장에서 한국산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52.3%에 달한다. ‘불닭볶음면’으로 고속 성장 가도를 달리는 삼양식품은 매년 해외 매출 중 30%가량(지난해 1790억원)을 동남아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 대한 농심의 라면 수출액은 최근 6년 새 114.3% 증가했다.

김 제품의 인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2017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첫 해외 김 생산 공장을 세운 대상은 10년 이상 동남아 김 스낵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태국 유명 브랜드 ‘타오케노이’를 누르고 현지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대상은 동남아에서 올해 처음 김 매출(수출 포함)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품질 좋은 한국산 원초(물김)를 사용해 신뢰도를 높였고, 인도네시아인들이 선호하는 베이컨, 스파이시 시즈닝 등을 넣어 현지화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Z세대 홀린 K소주
그동안 K푸드에 끼지 못한 소주도 동남아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에 수출한 소주는 1만3224t으로 전년 대비 25.8% 늘었다. 베트남이 5100t(전체의 38.6%)으로 가장 많았고 필리핀(3091t), 말레이시아(1255t), 태국(1170t) 순이었다.

하노이 시내 유명 맥주 거리인 ‘따이헨 거리’에서는 한국 소주가 매우 비싼 가격에 팔린다. 대다수 주점이 병당 15만동(약 8200원)씩 받는데, 현지 과실주나 보드카보다 3~4배 높은 가격이다. 그럼에도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 같은 과일소주를 병째 들고 마시는 게 문화처럼 자리 잡았다. 소맥(소주+맥주)을 나눠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소주를 ‘맛’이 아니라 ‘멋’으로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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