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과당경쟁 논란이 불거진 단기납 종신보험, 독감 치료비, 상급병원 1인실 입원비, 암 치료비 등 상품을 개발·판매한 회사의 경영진 책임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환급률 131%’ 단기납 종신보험을 출시한 하나생명의 대표 등 임직원 4명을 지난 19일 면담했다. 해지율 등 가정의 적정성,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 가능성 등의 리스크를 경영진이 충분히 검토했는지를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과당경쟁을 불러일으킨 보험상품을 출시한 보험사에 이 상품 개발·판매 시 의사결정 과정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졌는지, 리스크는 어떻게 분석했는지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내부통제 관리 의무와 경영진의 상당한 주의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보험업권 과당경쟁 논란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면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만약 개정된 지배구조법이 시행됐다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모두 내부통제 관리나 상당한 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핵심으로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다음달 3일부터 시행된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업권의 과당경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진 생명보험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두고 출혈경쟁을 벌였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이 사실상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돼 소비자를 오인시킬 수 있고, 10년 후 고객이 대량으로 보험을 해지하면 보험사 재무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자율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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