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유치원 통합 '첫발'…0~5세 하루 12시간 맡긴다

입력 2024-06-27 17:34   수정 2024-06-28 02:51

26개월 된 아이를 둔 김희연 씨는 출산 후 재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택했다. 집 근처 어린이집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해서다. 김씨는 “방과 후 수업은 참여하는 아이가 많지 않아 프로그램도 없고 사실상 아이 혼자 선생님과 놀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보육교사도 야근을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김씨와 같은 워킹맘이 고민을 덜 전망이다. 교육부가 희망하는 모든 영유아에게 12시간 돌봄을 보장하는 유보통합 교육의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반기 100개 모델학교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3100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매일 12시간 돌봄 제공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보통합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안을 발표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영유아 교육과 보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국공립 유치원, 사립유치원, 국공립어린이집, 사립어린이집 등 기관의 종류에 따라 돌봄 시간, 제공하는 교육 등이 모두 달랐다. 앞으로는 원하는 유아 모두 어느 기관을 이용하든 12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다. 기본 운영은 8시간이고 아침·저녁 돌봄으로 4시간을 추가로 이용하는 식이다.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력도 투입한다. 맞벌이와 자영업자 등의 다양한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방학 중 운영 학급을 늘리고 토요일, 휴일에도 돌봄을 제공한다.

교사와 아이 비율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춘다. 0세반은 1 대 3에서 1 대 2로, 3~5세반은 1 대 12에서 1 대 8로 개선할 계획이다. 2025년 5세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3~5세 무상교육도 완성해나갈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도 무상교육이지만 유치원은 매월 평균 15만원, 많게는 50만원까지 추가 부담금이 있어 이를 완전한 무상교육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령별 특성에 맞는 교육도 강화한다. 2세와 5세를 이음연령으로 지정해 영아에서 유아로, 유아에서 초등학생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먼저 2세는 놀이 중심 교육 체험으로 즐겁게 배우게 하고 3~5세는 누리과정 연계성을 강화한다. 5세는 초등교육과의 연계를 높여 초기 문해력 등의 향상을 지원한다.
○하반기 100개 모델학교 운영
교육부는 하반기부터 100개교를 모델학교로 선정해 실행계획안을 운영할 방침이다. 2025년에는 모델학교를 1000곳 추가 지정하고 거점형 돌봄기관을 시범운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 기관들이 새로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1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조건을 갖추도록 할 것”이라며 “당분간은 통합 기관과 기존 기관이 다양하게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입학·입소 신청 창구를 올해 11월부터 ‘유보통합신청사이트’로 일원화한다. 다만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당분간 유치원은 추첨제, 어린이집은 점수제를 유지한다.

제도도 정비한다. 정부는 2022년 5월 유보통합 추진을 국정과제로 정한 후 보건복지부, 교육부로 이원화돼 있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업무를 교육부로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날부터 시행돼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부처가 교육부로 일원화됐다. 하반기에는 시·도·군·구청이 담당하는 영유아보육 업무를 교육청으로 이관한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이 저출생 추세를 반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부총리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이전이라도 상향 평준화된 영유아 교육·보육을 학부모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이혜인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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