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 일각에서 금융위원회가 최근 가계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2단계 시행 시기를 7월에서 9월로 두 달간 늦춘 것을 두고 ‘정책 엇박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와중에 정부가 빚을 더 낼 수 있는 시간을 되레 벌어줬다는 것이다.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4000억원으로, 작년 10월 이후 최대치였다.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도 4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저리 정책대출인 디딤돌(매입)과 버팀목(전세) 대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저 연 1%대 금리인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이 1억3000만원에서 하반기에 2억원으로 늘어나는 것도 가계부채 문제를 부채질할 요인으로 꼽힌다.
연 3~4%대에 머물던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달 들어 연 2%대까지 떨어지면서 가계 빚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만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은 가운데 실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대출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당국의 대응은 아직 시중은행에 ‘적절한 대출’을 당부하는 수준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대출을 조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PF 사업장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부동산시장이 움츠러들면 3~4년 뒤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폭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서민금융 잇다’ 플랫폼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부동산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일반 중산층의 집값이 오르는 건 누구도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주도로 자영업자 대책을 준비하고 있고, 부동산 PF도 새로운 평가 기준 적용 후 어떤 충격이 오는지 봐야 한다”며 2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연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범위 내에서 관리한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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