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3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수는 1만8792개다. 아파트 단지 한 곳에서 태어나는 아기가 한 달에 한 명도 안 되는 셈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풍경이 사라진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라며 출생률을 반등시키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저출생 기류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동력이 없어서다. 아기를 낳으면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는 정부 발표에도 출생률은 요지부동이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내놓은 ‘장래 인구 추계’는 50년 뒤인 2072년 대한민국 인구를 3622만 명으로 계산했다. 1977년 인구로 되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3674만 명에서 2072년 1658만 명으로 반 토막 난다는 데 있다. 이마저도 2050년 합계출산율을 실제보다 훨씬 높은 1.08명으로 잡고 산출한 숫자다.
뻔하지만 대안은 하나다. 지금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선 이민을 많이 받는 방법 외엔 없다. 문제는 우리 시스템이 외국인들에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영어가 잘 안 통하는 데다 단일민족 개념도 강하다. 성과에 대한 보상은 미국처럼 크지 않다.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미래산업에 돈줄을 대줄 투자 이민도 많이 받아야 하는 처지지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 탓에 오히려 한국 부유층은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다. 영국의 한 컨설팅업체는 올해 한국에서 빠져나간 부유층(순유출 기준)은 1200명으로,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세계 4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을 떠난 부유층이 향하는 곳은 2008년 상속세를 없앤 싱가포르 등이다. 스위스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최근 한국의 조세 경쟁력을 지난해 26위에서 34위로 떨어뜨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 “한국은 5000년 역사의 최고 전성기를 찍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다. 빠르게 감소하는 인구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대한민국을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어 세계의 인재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인구 감소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상속세 완화와 임금체계 개편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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