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거래소가 파산하면 사들인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그대로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본지 보도에 대한 독자 다수의 반응이다. 법이 시행돼도 거래소 지갑에 있는 가상자산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한다는 점이 알려지자 “제도가 이 정도로 허술할 줄은 몰랐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처럼 구멍이 뚫린 채로 법이 시행되는 것은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견지한 영향이 크다. 실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이중적이다. 일단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는 뜻은 거듭 밝히고 있다. 최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는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금융 안정을 지키기 위해 불공정 거래 등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이용자가 매매를 위해 거래소에 맡긴 현금을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거래소를 연일 점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상자산은 투자 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홍콩 등은 올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발행이나 중개를 금지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보탬이 되는 증시 대신 쓸모없는 가상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가상자산 이용자를 보호하겠다면서도 정작 가상자산을 투자 자산으로 여기진 않겠다는, 모순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다.
645만 명에 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는 혼란스러워한다. 법이 시행되더라도 거래소가 파산하면 채권자가 투자자들의 가상자산에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의 가상자산이 파산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선을 그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자산이 한동안 묶인 미국 FTX 사태가 국내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보호 체계가 이렇게 허술한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길 계획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기만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본지 지적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거래소 파산 확률은 현시점상 매우 낮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하지만 변동성이 아주 큰 가상자산 시장을 놓고 볼 때 앞으로 거래소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설득력 없는 핑계로만 들릴 뿐이다.
법 제정은 입법부가 했지만, 국회는 금융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 법이 시행된 후 당장 미비한 점을 보완할 책임도 금융당국에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할 건지, 가상자산을 투자 자산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이제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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