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보다는 해적이 돼라…모험하는 우주기업에 길 터주겠다"

입력 2024-06-27 18:02   수정 2024-06-28 02:55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27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일본과 인도를 제치고 우주 ‘G5’(주요 5개국)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산업 혁신이 우주에서 비롯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한국이 2022년과 2023년 누리호 발사를 연달아 성공시켰지만, 기초체력을 갖춘 운동선수를 하나 양성한 것일 뿐”이라며 “이 선수를 국가대표급으로 키워 메달을 따게 하려면 과학적, 조직적 관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청장에 따르면 이달 초 4차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을 태운 초대형 재사용발사체 슈퍼헤비의 ㎏당 운송 비용은 271달러(약 37만원). 한 번 쓰고 버리는 누리호는 (2·3차 발사 기준) ㎏당 비용이 이보다 2644배 높은 9억7860만원이다. 이런 가격 경쟁력으로는 우주산업 선도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윤 청장은 일론 머스크를 여러 번 언급하며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머스크는 ‘화성에 가고 싶다’는 어릴 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페이팔 창업 및 매각으로 번 돈을 모두 투입해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그를 혁신가,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화성에서는 메탄을 합성하기 쉽다”며 “스타십을 태운 1단 슈퍼헤비의 33개 랩터 엔진은 메탄을 연료로 쓰는데, 이는 화성에서 임무 수행을 마치고 귀환할 때 연료 조달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타십은 지구 반대편까지 현재 12시간 걸리는 비행시간을 30분으로 단축해 전 세계를 일일생활권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우주·항공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대부분이 참석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와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 박정우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장, 손승우 두산에너빌리티 부사장, 전태균 SIA 대표 등이 자리했다.

▷권오병 경희대 교수=경제적 관점에서 봐도 우주는 매력적이다. 기술과 산업은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함께 진화한다. 우주라는 새로운 산업에는 기존 기술을 잘 녹이는 ‘스핀온’ 전략이 중요하다.

▷윤 청장=전기전자, 정보통신 등 세계 선도 기술이 있기에 스핀온은 꼭 필요하다. 대기업은 우주가 돈이 될까, 회수 기간이 길지 않을까 등을 고민하는데 우주라는 무중력 공간에서 효율이 높아지는 제조 분야가 굉장히 많다. 반도체, 신약뿐 아니라 인공장기 3차원(3D) 프린팅 연구가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에서 활발하다.

▷권 교수=발사체와 위성 등 직접산업뿐 아니라 자원 탐사, 물류·수송, 관광, 금융, 농업, 바이오·의료 등 간접산업이 커지고 있다. 우주 기업으로만 구성된 작은 그룹이 아니라 수요 기업 모두를 품을 수 있는 판을 크게 깔아야 한다.

▷윤 청장=최근 중국 창어 6호가 달 뒷면 토양 샘플 2㎏을 채취해 귀환했다. 토양에 무엇이 있길래 가져올까. 달에는 지구에 없는 헬륨3라는 핵융합 발전 원료가 있다. 100만t 정도로 추정된다. 80억 인류가 1만 년 동안 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자원 탐사만 봐도 이렇다. 모든 산업계에서 고민하고 새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신동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대표=스페이스X도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존재)이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콰절레인이라는 암초섬에서 외로운 실패를 수년간 무수히 반복한 게 쌓여 현재 세계 1위 우주 기업이 됐다. 도전적이고 자발적인 의지를 지닌 기업들에 두루 기회를 줘야 한다.

▷윤 청장=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저마다 특색과 장점을 살려야 한다. 많이 고민하겠다.

▷김민석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우주경제 성공의 조건은 상상력과 창의력,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용기다. 2030~2035년 달에 기지 건설이 시작될 것이다. 플랜트 시공 능력은 한국이 1등이다. 현대중공업 등 우리 기업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 청장=달에 기지를 짓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117조원이 들어간다.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대형 우주 연구개발(R&D)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

▷김 부회장=미래항공모빌리티(AAM)를 운영하려면 통신위성이 필수다. 대응하지 않으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군이나 중국판 스타링크인 궈왕에 잠식될 것이다.

▷윤 청장=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드론 등 AAM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저궤도 위성군이 필요하다. 적극 지원하겠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방위산업 중심으로 안정적 체계를 유지하는 대기업과 달리 우리 같은 신생 기업은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사업 성과를 내고 성장한다. 그들은 우주가 여러 사업 아이템 중 하나지만 스타트업은 우주 단 하나에 집중한다. 민간 자본을 우주 신생 기업으로 끌어들일 복안이 있나.

▷윤 청장=스티브 잡스가 생전 즐겨 한 “해군이 되기보단 해적이 돼라”는 말을 좋아한다. 해군이 되면 주어진 루틴에 따른 일밖에 할 수 없지만, 해적이 되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마음에 늘 새기고 있다. 도전적인 우주 벤처기업이 한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많이 고민하고 지원하겠다.

▷김정균 보령 대표=우주 기술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우주로 가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저궤도든 달이든 화성이든 특정한 곳을 지정해 탐사해야 한다.

▷윤 청장=보령이 액시엄스페이스와 함께 민간 우주스테이션 건설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안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제2의 우주인 양성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건설될) 민간 우주스테이션과 연계한 탐사 계획도 마련할 예정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선 청장님이 말한 해적 같은 스타트업이 많이 뛰어들어야 한다. 에쿼티(지분) 투자뿐 아니라 모험 금융을 키워야 한다.

▷윤 청장=민간 자본과 함께 정부가 도전적 사업에 적시에 초기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주 관련 펀드와 기금을 새로 조성하고 확대하겠다.

이해성/강경주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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