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시골에도 다 있는데…"판교엔 없다"는 사실에 '화들짝' [유지희의 ITMI]

입력 2024-06-29 16:41   수정 2024-06-29 18:20


경기 성남 판교에 거주하는 주민 정모 씨는 "콘서트 티켓팅을 해야 했는데 판교역 근처에 피시(PC)방이 없어 서현역까지 갔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의 도시로 통하는 판교테크노밸리에는 이처럼 의외로 '피시방'이 없다. 지난 27일 방문한 판교역에서는 실제로 주변을 뒤지고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검색해봐도 단 한 곳의 피시방도 찾을 수 없었다.

판교역 3번 출구, 이른바 판교테크노밸리 '흡연존'으로 불리는 곳에서도 근처에 피시방이 있는지 물어봤지만 대부분은 판교역 인근에 피시방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일부는 매우 놀라워 했다.

카카오 자회사에 근무 중인 김모 씨는 "세상 컴퓨터 다 모아놓은 곳이 판교 같은데 정작 피시방이 없다는 게 신기하다"며 "판교에 있는 기업이 대부분 IT 기업인 만큼 다들 사내에서 사양 좋은 컴퓨터를 쓰고 있고 노트북을 거의 필수로 들고 다니다 보니 피시방 수요가 없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 정모 씨도 "판교역 근처에 있는 사람 대부분 근무하러 온 것이고, 월세가 비싸 주거 인구가 적다 보니 굳이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과거 판교에는 몇 군데 피시방이 있었으나 2021년을 기점으로 모두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코트야드메리어트서울판교'를 끼고 우측 건물 3층에는 '쓰리팝 피시방', 좌측 건물 7층에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와 그래픽카드 전문기업 조텍코리아가 협업한 '조텍 DPG존 피시방'이 있었다. 쓰리팝 피시방은 2021년 폐업 수순을 밟은 것으로 추정되며 조텍 DPG존 피시방은 2019년께 폐업했다.

또 판교역 1번 출구 알파돔 시티 맞은편 건물 6층에는 '엔젤 PC' 방이 있었으나 2018년 11월경 문을 닫았다. 현재 이 자리엔 병원, 사무실, 음식점 등이 자리해있다.

판교역 인근에 있는 피시방을 이용했다는 사용자들은 요금도 저렴한 편이고 컴퓨터 성능도 최신식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그이처럼 평판이 좋았던 판교 피시방은 왜 모두 폐업했을까. 조텍 DPG존 피시방 판교점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주변에 게임회사랑 IT 회사가 많은데 컴퓨터 사양이 워낙 좋다 보니 게임 개발자들이 단체로 와서 한 시간 동안 게임 테스트만 잠깐 하고 가버리고 정작 게임을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판교가 주거지역과는 거리가 있어 학생 손님이 없었고 직장인이 모두 사라지는 주말과 새벽에는 장사가 잘 안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PC방을 하려면 보통 경쟁업체인 주변 PC방과 가격을 맞춰야 했는데 다나와는 피시를 판매하는 굉장히 큰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업주와의 조정도 어려웠고 월세나 관리비도 꽤 비싸 2년 정도 뒤 사업을 접었다"고 전했다.

조텍 DPG존 피시방은 조텍의 제품인 GTX 1080i, GTX 1070i 등 최신 그래픽 카드를 갖춰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전용 피시방이 될 거란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판교역 주변 피시방을 검색해 보면 서현역 9개, 정자역 4개 등 1.5km정도 떨어진 지점에 PC방이 밀집해있다. 실제로 이날 저녁 6시경 서현역과 정자역 근처 피시방 약 다섯 군데에 방문해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가득 차 있었다.

월세 또한 훨씬 저렴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컴퓨터 약 5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 기준 서현역과 정자역 월세는 700만원~750만원 선에 형성된 데 비해 판교역은 동일 평수 기준 1500만원~2000만원의 월세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피시방 사업 성공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 '임대료', '상권'인데 판교 피시방은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불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국 70여개의 피시방을 운영하는 김정오 레벨업 영업본부장은 "판교역에 비해 서현역, 정자역 등은 학교가 있어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많고 주변 상권도 좋은 편"이라며 "피시방은 컴퓨터를 갖고 하는 사업이라 유지비가 굉장히 많이 드는데 임대료 동일 평수 기준 절반 수준이라 순수익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판교역에 피시방을 차리기보다 이곳을 선택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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