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큼 뜨거운 비만약…하반기엔 암젠까지 동참

입력 2024-06-30 10:02   수정 2024-06-30 10:10


올해 상반기 글로벌 바이오주는 비만치료제 테마를 앞세워 강세를 이어갔다. 비만약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비만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후발주자들에 주목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0.86% 오른 909.04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53.50%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연일 경신 중이다. 같은 기간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도 41.50% 상승했다. 미국의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를,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를 보유한 업체다.

지난해 두 회사의 주가가 비만약 시장 개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떠올랐다면, 올해는 관련 실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내 비만치료제 신규 처방 건수는 5만5000회 수준이었으나, 5월 말에는 20만회를 상회할 정도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위고비가 전체 시장의 54%를, 나머지를 젭바운드가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위고비 매출은 93억7700만크로네(약 1조213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고, 올해 초부터 판매를 시작한 젭바운드는 5억1740만달러(약 7152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에도 비만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주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을 장악한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가 경쟁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다 후발주자들도 발 빠르게 비만치료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 5월 일라이릴리는 53억달러를 들여 의약품 설비 투자에 나서기로 했고, 노보노디스크 역시 최근 41억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비만치료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비만치료제 관련 투자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대규모 투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강세를 이어갔다.

비만치료제 후발주자 중에서는 암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암젠은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를 개발 중인 회사다. 주요 비만치료제들이 주1회 투약으로 개발된 반면, 마리타이드는 월1회로 투약 빈도를 줄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투약 편의성을 대폭 높여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하반기 중 임상2상의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이 결과에 따라 암젠의 주가도 크게 요동칠 공산이 크다. 실제 암젠이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마리타이드 개발이 순항 중'이라고 밝히자 이날 주가는 11.8% 급등하기도 했다. 암젠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와 머크, 질랜드파마 등도 후보물질을 확보해 비만치료제 관련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헌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이후 제약업종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비만약 모멘텀이 있는 기업들의 상승세는 이어졌다"며 "하반기에도 비만치료제와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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