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가게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적발된 혐의로 의원직에서 물러난 뉴질랜드 첫 난민 출신 국회의원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헤럴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클랜드 지방법원은 골리즈 가라만 전 의원의 절도 혐의를 유죄로 판단, 그에게 1600 뉴질랜드달러(약 134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가라만 전 의원이 피해 보상을 했고, 초범에다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징역형을 피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가라만 전 의원은 지난 27일 공개된 뉴질랜드 1뉴스와 인터뷰에서 "'나에게 문제가 있다. 도와달라. 그만두겠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1981년 이란에서 태어난 가라만 전 의원은 199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피해 가족들과 뉴질랜드로 망명했다. 그는 뉴질랜드 대학에서 법학과 사학을 공부했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인권법 석사학위를 받은 뒤 12년간 국제 형사재판소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가라만 전 의원은 2017년 비례대표로 뉴질랜드 국회에 입성했고, 2020년과 2023년 총선에서도 당선돼 녹색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고급 의류매장에서 약 9000뉴질랜드달러(약 755만원) 어치의 옷을 훔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논란이 일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성명을 통해 자신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그는 국회 입성 이후 여러 번 살해 협박을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시 결정할 수 있다면 또 의회에 진출했을 것이냐는 질문에 "안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라만 전 의원은 "지역사회를 위해 더 좋은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 열심히 부딪혔지만, 유리 파편이 아직 얼굴에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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