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으로 암 진단' 한국 기업 일냈다…전세계서 '러브콜' [남정민의 붐바이오]

입력 2024-06-29 08:45   수정 2024-06-29 08:57



현재 암을 진단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조직검사’입니다. 말 그대로 몸 안에 있는 조직을 뗀 다음 현미경 등으로 분석한 뒤 암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검사방법입니다.

하지만 조직검사는 바늘로 찌르거나 일부 절개를 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통이 따르고 감염의 위험도 있습니다. 또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다시 말해 물리적으로 떼어낼 정도로 커진 뒤에야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초기 암 진단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바이오기업들은 조직검사 대신 쉽고 빠르게 암을 진단하는 기술들을 개발 중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혈액 내 있는 암세포 조각을 잡아내는 액체생검 기술입니다.



국내 큐브바이오는 혈액도 아니고, 소변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입니다. 혈액검사보다 간편하고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은 기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먼저 가능성을 알아보고 이미 1000억원 규모 검사키트 공급계약을 8개국에서 체결했습니다. 특히 조기진단이 어려운 췌장암을 잡아내는 데 효과가 있다는 탐색 임상 결과가 나오면서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암을 잡아내는 소변검사는 어떻게 개발된 것인지, 진단 기술의 원리는 무엇이며 정확도는 어떤지 김재명 큐브바이오 부회장, 신동진 이사, 김창현 연구개발(R&D) 센터장과 나눈 이야기 전문을 공개합니다.

Q. 암 소변검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건강검진 검사 때와 마찬가지로 전날 저녁 이후 금식한 뒤, 다음 날 오전 소변을 받아 진행한다. 소변에 큐브바이오 시약을 섞고 분석하면 5분 내 검사결과가 나온다.

Q. 어떤 원리로 암을 진단하는 건지?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급속도로 자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몸속 에너지가 한정된 상태에서 암세포가 생기면 아미노산, 칼슘, 포도당 등 체내 대사물질에도 변화가 생긴다. 그때 줄어드는 물질들을 바이오마커(생체지표자) 후보군으로 추려냈다.
암세포가 하나에서 둘이 되기 위해선 핵산 합성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바이오마커를 핵산 전구체로 잡고, 소변에서 얼마나 줄어드는지 확인하는 원리다. 암으로 예측되면,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Q.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오는 단백질(세포 구성물질) 바이오마커가 아니라, 대사물질이 바이오마커인건지?
그렇다. 단백질 바이오마커는 신장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케미컬(대사물질) 자체가 바이오마커가 된다. 고감도 바이오센서와 특정 효소물을 활용해 대사체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암종별 특징에 따라 보는 수치를 달리해 판단한다.

Q. 대사물질로 측정하는 거라면, 암세포 말고 다른 것이 원인이 돼 수치에 변동이 있을 수 있지 않나?
혹이나 염증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다만 혹이나 염증이 있으면 보통 의료현장에서 ‘암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추적관찰을 같이 하는 편이다.

Q. 신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혈뇨가 있는 환자 등은 검사가 불가한지?
대사물질을 기반으로 한 소변검사다 보니 성장기인 18세 미만인 사람이거나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불가하다.

Q. 지금까지 어디서 탐색임상(허가단계 전 임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는 어떤지?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러시아 국립암센터, 중국 대형병원 등에서 탐색임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췌장암, 대장암,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 모두 특이도(음성을 음성이라고 판단하는 비율)가 90.2%로 나왔다.
특히 초기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조기진단이 어려운 췌장암의 민감도(양성을 양성이라고 판단하는 비율)가 85%로 나와 주목을 받았다. 큐브바이오 소변검사와 기존 췌장암 종양지표(CA19-9) 검사를 같이 진행할 경우 민감도가 95.23%까지 올라갔다.

Q. 민감도, 특이도는 기존 혈액검사와 비교해 진행한 건지?
그렇다. 같은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큐브바이오 검사를 비교했다. 혈액검사 민감도(약 60~70%)와 비교했을 때는 훨씬 높은편이다.

Q. 혈액암 등으로 진단 암종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것 아닌지?
아직까지는 대표 6종암(췌장암, 대장암, 위암, 간암, 폐암,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다.

Q. 허가를 받기 위한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내 식약처로부터 췌장암 진단 제품 먼저 의료기기 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연내 허가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Q.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는지?
미국은 연내 미국 클리아랩(실험실표준인증 연구실)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클리아랩이란 병원 등 의료기관으로부터 검체 분석을 의뢰받아 수행하는 연구실을 뜻합니다. 클리아랩 인증을 받은 연구실에서는 별도로 FDA의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자체적인 역량을 기반으로 진단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달 미국의 클리아랩 운영 기업과 협업미팅이 예정돼있다.

Q. 아직 허가를 받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수출계약을 맺었다.
2022년 홍콩 제이콥슨파마(제약사)를 포함해 8개국과 1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홍콩은 중국의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승이 없이도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공략했다. 지난해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암 정복 프로젝트 ‘캔서문샷’에도 합류했다. 내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당장 다음 달에는 일본 의료기기 업체와 1000억원 규모 계약도 예정돼있다.

Q. 이후 시장 공략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우선 건강검진에서도 간단하게 소변으로 췌장암 검사를 빠르고 저렴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글로벌 검진센터 및 재보험사와 협업을 진행중이다. 큐브바이오 제품으로 췌장암 검진을 받고 양성이 나오면 2차 정밀검진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이다.

Q. 경영목표가 있다면?
내년 1400억원, 2026년 340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이 목표다. 건강검진 센터 외 가정용에서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도 개발할 예정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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