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 아래로 떨어지는 이례적인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엔화 가치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 '지금이 바닥'이라는 기대 아래 물타기(추가 매수로 평균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로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161엔을 돌파했다. 엔·달러 환율이 161엔을 찍은 것은 1986년 12월 이후 38년여 만이다. 이후 161.2엔 대까지 상승했다가 다소 하락해 달러당 160.91엔을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 엔화 약세는 심화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환율 방어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60엔으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4월 26일부터 5월 29일까지 9조7885억엔을 투입했지만 엔화값은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국내 투자자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6.34%를 냈지만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은 이달 TIGER 일본엔선물을 37억1912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손실이 커지자 4월 반짝 매도에 나섰다가 5월(31억5280만원)부터 다시 사들이고 있다.
일본 주식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일학개미'도 마찬가지다. 이달 일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은 'BRJ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채(2255)' ETF였다. 6월 1일부터 27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284만1608달러다. 이 상품은 미국의 20년 이상 장기채에 투자한다. 다만 엔·달러 헤지가 돼 있지 않은 환노출형 상품이다. 기존 엔화를 보유한 투자자가 엔화 가치 상승을 노리고 순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슈퍼 엔저'로 엔화 예금 잔액도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100억7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3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엔화 예금은 약세를 보이는 엔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에 비은행 금융 기관의 투자자 예탁금과 개인 예금 등이 늘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물타기를 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엔화 가치에 대해서는 미국의 통화 방향에 달렸다는 평가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결국 엔화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추가적인 당국 개입이 예상되지만 160엔 돌파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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