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환경 변화의 여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위기관리에 소홀한 조직은 생존이 어렵다. 조직을 위협하는 위험은 다양하고 때로는 거대하며,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랜섬웨어 공격을 당한 피해 조직들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체이널리시스 집계 기준)어치의 암호화폐를 해커들에게 갈취당했다. 랜섬웨어 공격이 급증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위기관리의 본질은 처방이 아니라 예방이다. 어떤 장애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전체 시스템 상태를 유지하고 충격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빠르게 대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기본 틀을 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조직문화에서 구성원은 안정감과 긍정적 경험을 갖게 되기에 고객 경험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관리자는 위험과 관련해서 세부 과정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파악해야 한다. 나는 제너럴일렉트릭(GE)에 근무하던 시절 고위 임원과 절대로 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지 않았다. 경영진이 모두 사고에 휘말릴 수 있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투자할 때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속담이 있듯, 비즈니스에서도 위험 분산이 기본이다.
위기관리 영역은 사후 통제와 사전 식별로 나뉜다. 예전에는 이미 발생한 위기의 여파를 줄이는 통제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사전 예방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이안 미트로프는 저서(Crisis Management)에서 선제적인 위기관리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슈와 위기를 구분해 실제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잠재적 이슈’를 관리하는 게 성공적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발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모의 대처해 보면, 실제로 문제가 터지더라도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다.
위기관리에는 리더의 뛰어난 문제해결 역량이 필요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위기관리에 필요한 능력으로 지속적인 전략적 사고와 분석 역량을 꼽았다.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로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평소에 위험을 관리하고 품질 중심 문화를 육성하는 동시에 플랜 A, B를 넘어서 플랜 C도 아닌 플랜 D까지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제 리더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새로운 아이디어, 서비스로 대처하며 관계를 형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는 플랜 D까지 갖추는 전략적 사고를 함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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