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재건 이미 시작…기술·경험 많은 韓기업 유리"

입력 2024-06-28 17:21   수정 2024-06-29 00:42


“전례 없는 파괴를 겪은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나면 세계 최대 건설 현장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합니다.”

우크라이나 로펌 아이쿠오(AEQUO)의 안나 바비치, 율리아 키르파 파트너변호사는 지난 25일 서울 세종대로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각국의 우려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북을 감행한 것이 오히려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아이쿠오는 매출 기준 우크라이나 4위 로펌이다.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대 규모 상사 분쟁 사건이었던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과의 소송(소가 560억달러)에서 자국 에너지 기업 나프토가스의 법률 대리를 맡는 등 우크라이나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평과는 2008년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작년 11월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두 변호사는 이날 지평 주관으로 열린 우크라이나 경제 동향 및 재건 사업 현황과 관련한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피해는 4000억달러(약 557조원·세계은행 2023년 기준) 규모로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올 한 해에만 주요 인프라 복구에 150억달러(약 21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복구가 시급한 일부 지역에선 재건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 개전 직후 파괴된 수도 키이우의 드니프로-1 다리를 완전히 복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러 한국 기업이 현지 재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최대 공항인 키이우 보리스필국제공항 재건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삼성물산도 서부 최대 도시인 리비우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네이버는 3차원(3D) 매핑 기술을 활용해 키이우같이 피해가 큰 도시의 ‘디지털 트윈’(현실 세계를 그대로 복제한 가상 세계)을 만들어 스마트시티 개발의 밑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키르파 변호사는 최근 북·러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데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며 “6·25전쟁의 역사를 겪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아이쿠오는 국토교통부 산하 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며 한국 기업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진출을 돕고 있다. 특히 방산업과 관련해 키르파 변호사는 “우크라이나는 드론이나 소프트웨어 솔루션 등 신기술을 시험해 보는 데 최적의 테스트 베드”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여러 혜택을 주고 있다. 토지 사용 우선권과 최대 5년간의 소득세 면제, 필요 장비 수입 시 관세 면제 등을 보장하는 ‘투자 유모(Investment Nannies)’법이 대표적이다. 바비치 변호사는 “별도 법인을 세우면 회사 운영이나 거래 계약 등을 맺는 데 있어 제약이 덜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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