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경제학자, 정치 평론가들은 미국의 재정 적자가 금리 인상, 투자 위축, 경제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예산 매파’가 예상한 부정적인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은 2011년 이후 오히려 둔화해 수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팬데믹 혼란이 오기 전까지 미국 경제는 성장 국면이었다. 어쩌면 미국은 이 길을 무한정 지속할지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처럼 세금을 줄이고, 조 바이든처럼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지출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2002년 폴 오닐 전 재무장관에게 “레이건은 적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재정적 궁지에 몰린 미국
연방예산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는 임기 동안 8조4000억달러의 신규 차입이 필요한 정책을 승인한 반면 바이든은 지금까지 4조3000억달러의 증액을 승인했다. 이달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미국은 총 22조달러 넘는 예산 적자가 발생하고, 연방 부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99%에서 2034년 122%로 증가할 전망이다. 연간 이자는 올해 8920억달러에서 10년 후 1조7000억달러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다. 이는 예상되는 국방 지출액보다 더 많은 규모다.
미국의 재정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감세를 종료할 계획이 없다. CBO와 합동 조세위원회는 트럼프 시대 감세 정책을 10년 더 연장하면 연방 부채가 기준선인 22조달러보다 4조6000억달러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은 재정적 궁지에 몰리고 있다. 사회 안전망 관련 연간 지출은 향후 10년간 약 1조달러 증가할 것이며, 메디케어 지출도 늘어날 것이다. 미국은 급속한 고령화 사회다. 196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9%를 차지했지만 오늘날 18%, 향후 30년 동안 23%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층 유권자 비율이 늘면서 의료 보장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미래를 위한 재정 대책 시급
현재 기조를 유지한다면 미국의 재정 자립도는 점진적으로 줄고, 급격한 경제 침체가 뒤따를 것이다. 미국은 전 세계에 부채 상환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미국의 재정적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해야 한다. 비전을 가진 지도자라면 이런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고, 대중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비용을 지급하게 하거나 삭감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야 한다. 선택에 직면한 유권자들은 향후 수십 년간 사회보장과 메디케어를 안정시키고,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을 돕고, 국가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세금 인상을 지지할 것이다.
대안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나오는 무모한 윌킨스 미코버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는 “반드시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에 집착했다. ‘심판의 날’은 미루는 게 더 쉽지만, 우리가 준비를 했든 안 했든 반드시 올 것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을 때 미래 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The National Debt Crisis Is Coming’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