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라고?"…절박하게 사업한다는 '금양 배터리' 가보니

입력 2024-06-28 17:33   수정 2024-06-29 02:34

마켓인사이트 6월 28일 오 8시 33분

“배터리 실적이 ‘제로(0)’입니다. 검증 없이 주가만 오른 ‘테마주’예요.”(A자산운용사 매니저)

“가슴이 아픕니다. 직접 와서 공장과 직원들을 보세요.”(류광지 금양 회장)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금양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상당하다. 이 회사는 몽골·콩고 광산에서 캐낸 리튬으로 양극재와 배터리를 제조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화한 것은 없다.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련 실적도 ‘0’이다.

그런데도 이 회사 시가총액은 한때 10조원을 넘었다. 현재도 4조원을 웃돌고 있다. 증권사들은 금양에 대한 종목 리포트를 내지 않고 있다. 정상적인 배터리 관련주가 아니라 테마주로 보기 때문이다. 반면 금양을 바라보는 주주들과 부산 지역의 기대는 뜨겁다. 류광지 회장은 내년 상반기 배터리 실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금양을 둘러싼 논란과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6일 부산을 찾았다.
○“기장에 배터리 공장…내년 양산”

금양 배터리 공장은 부산역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기장군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공장엔 하얀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아파트 8층 크기의 공장 안팎을 오가면서 철골 골조와 벽면 공사를 마무리 중이었다. 기장 공장은 축구장 여섯 개 크기와 맞먹는 연면적 12만4479㎡(약 3만7655평) 규모로 지어지고 있다.

이상석 금양 인프라팀 이사는 “건물 공사는 마무리 지었고, 조만간 설비를 들여와 채울 것”이라며 “1250명의 공사 인력이 투입됐으며, 현재 공정률은 47.7%에 달한다”고 말했다.

금양은 이 공장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해 4695배터리(지름 46㎜, 높이 95㎜) 라인 한 개와 2170배터리 라인 두 개를 구축한다. 완공되면 연간 생산 능력은 14.6GWh(4695배터리 10.95GWh, 2170배터리 3.65GWh)에 달한다. 전기차 19만4667대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다. 금양은 내년 8월에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금양은 1955년 출범한 뒤부터 발포제 사업을 진행했다. 발포제는 스펀지·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첨가제다. 발포제를 만들던 기업이 2021년에 돌연 2차전지 업체로 전환한다고 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적잖았다. 류 회장은 “2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적절하게 배합해 필름이나 캔 등 용기에 높은 밀도로 담는 것이 핵심 기술”이라며 “이 같은 기술이 발포제 생산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공급 계약도 매출도 ‘0’
금양은 사업 추진 3~4년 만에 배터리 생산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자동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생산 수율과 제품 품질에 대한 검증은 아직 받지 못했다.

대기업도 배터리 생산 수율을 높이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금양이 3~4년 만에 이를 극복했다는 데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적잖다. 통상 배터리 업체의 생산 수율과 기술력은 주요 완성차 업체 등과의 제품 공급 계약 체결로 검증된다. 하지만 내년 8월 공장 완공을 앞둔 금양의 공급 계약 체결 소식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금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여러 업체와 협상하고 있는 단계”라며 “현행법상 공정공시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 회사 주가 대비 실적을 비롯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초라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520억원에 영업손실 146억원을 냈다.

금양이 배터리 설비용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도 심상치 않다. 류 회장은 주가가 치솟자 금양 주식을 처분했다. 이렇게 마련한 6000억~7000억원가량으로 설비 자금을 충당했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은 이 회사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회사 앞날이 불투명하다고 평가하자 외부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게 됐다.

금양의 콩고·몽골 리튬 광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갑다. 류 회장은 “저렴한 전력비를 앞세워 몽골에서 경쟁력이 있는 리튬을 생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 이 지역에서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던 적잖은 상장사들이 작전주로 드러난 바 있다.

금양 관계자와 류 회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몽상’이라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는 절박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며 “배터리 및 자원 사업은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익환/원종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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