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한 달여간 3권 분립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법안을 민주당에서 20건 가까이 발의했다. 국회가 행정부 권한인 대통령령(시행령)·총리령에 관여하고 예산 편성 및 집행 권한까지 넘보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다. 헌법은 입법부에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의결하는 권한만 부여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적 재판 진행에 입법부가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안도 있다.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고유 권한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입법부가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이른바 ‘시행령 통제법’인 국회법 개정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달에만 세 건의 국회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입법예고도 안 된 시행령 초안을 국회 상임위원회가 보고받고 내용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거나(민형배 의원안), 국회의 수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시행령 효력이 자동으로 상실되는(천준호 의원안) 법안들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령의 위법성을 국회 상임위가 판단해 수정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국회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헌법적 질서를 흔드는 ‘입법 폭주’”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 간 견제는 3권 분립의 틀 안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국회에 발의되는 법안은 이 같은 틀을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재영/정상원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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