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셰일가스 이어 캐나다 '오일샌드' 쏟아진다 [원자재 이슈탐구]

입력 2024-07-01 04:47   수정 2024-07-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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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셰일가스와 함께 양대 비전통 석유 자원으로 꼽혔던 캐나다의 오일샌드 원유 생산량이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 석유 기업들은 수압파쇄법 등에 혁신을 거듭해 셰일가스 생산을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캐나다 업체들은 원유 추출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석유공사가 2009년 4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도 오일샌드 원유 생산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일부 기업들은 최근 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해 산유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캐나다는 세계 5위권 산유국으로, 일일 490만 배럴의 생산량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330만 배럴의 원유가 오일샌드에서 나온다. 오일샌드 유전이 집중된 캐나다 중서부 내륙 앨버타주 북부에서 태평양 수출항까지 석유를 보내기도 쉬워졌다. 로키산맥을 횡단하는 '트랜스 마운틴 파이프라인'이 기존 일일 30만배럴의 용량을 일일 89만배럴로 두 배 넘게 확장하는 공사를 마치고 지난 5월 개통했다.
캐나다 빅4 오일샌드 기업 주가 1년 새 37% 급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캐나다의 오일샌드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제목으로 캐나다 4대 오일샌드 기업인 임페리얼오일(IMO), 세노버스(CVE), 캐나다천연자원(CNQ), 선코에너지(SU) 등의 주가가 1년 전에 비해 평균 37%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석유 메이저 기업들의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 미국 석유·가스 기업 지수 상승 폭은 12.43%에 불과하다.



주가가 급등한 것은 기술 혁신으로 원가를 낮춰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오일샌드란 모래와 석유가 끈적하게 섞인 상태의 자원이다. 오일샌드 매장량은 캐나다가 1736억 배럴로 가장 많고 카자흐스탄(420억 배럴), 러시아(284억 배럴) 순이다. 미국의 셰일오일 매장량(580억 배럴)을 크게 뛰어넘는다. 그러나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량을 10년 전의 두 배가 넘는 일일 800만 배럴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늘리는 동안, 오일샌드 생산량은 같은 기간 130만 배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오일샌드는 수십m 아래 매장돼 있어 지하 3000m에 있는 셰일가스보다 채굴이 쉽다. 그러나 석유를 모래에서 분리하는 게 어렵다. 오일샌드는 아스팔트와 같은 중질유가 10% 이상 함유된 모래나 사암으로 고체에 가까울 정도로 점성이 높다. 증기를 이용해 역청을 점성이 낮은 액체로 만들어 분리하는 기술이 사용된다. 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증기와 용매의 양을 미세 조정해 최적화에 속속 성공하고 있다. 최근엔 정보기술(IT)를 활용한 시설 자동화 등으로 원가를 더욱 낮추고 있다. 선코에너지는 지난달 애널리스트와 통화에서 "2026년 말까지 손익분기점 가격을 배럴당 10달러는 더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캐나다의 오일샌드 기업들은 유가가 배럴당 43.5달러(WTI 가격 기준) 이상이면 금융 비용과 기본 배당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WSJ는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으로 유가가 비교적 높게 유지된 덕에 오일샌드 기업들은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천연자원은 지난해 잉여 현금을 모두 자사주 매입과 배당으로 환원했고, 선코에너지는 배당 후 잉여 현금의 75%를 사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배송 가능해진 캐나다산 원유
송유관 인프라 확충으로 향후 수익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동안 캐나다 석유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원유를 미국으로 수출할 수 밖에 없었다. 캐나다 정유시설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나 북해 브랜트유와 같은 경질유에 맞게 셋팅돼 있어 중질유인 오일샌드 원유를 처리할 수 없어서다. 해안까지 이어지는 송유관 인프라도 부족해 유조선을 통한 수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보다 배럴당 18~19달러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 5월 태평양 방면 송유관이 확장되면서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방면의 판로가 열렸다. 한국 정유사들의 석유화학 플랜트는 중질유인 중동산 원유에 맞춰져 있어 비슷한 성질의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 최근 캐나다산 원유와 WTI의 가격 차이는 12달러대로 좁혀졌다.

캐나다 오일샌드 기업들의 생산량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S&P글로벌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캐나다 오일샌드 생산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일일 10만배럴 높여 잡았다. 2030년 캐나다의 오일샌드 생산량은 지금보다 50만배럴가량 더 많은 380여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의 일일 원유 소비량이 일일 285만배럴(2022년 기준) 정도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증가 폭이다. 셀리나 황 S&P글로벌 북미 원유시장 담당 이사는 보고서에서 "(원유)생산자들은 최적화와 효율화를 통해 기존 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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