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이 단어 하나 때문에 온라인상에서 남성 비하 의혹에 휩싸였다.
임영웅은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일 기념 라이브를 진행했다. 이날 그는 "입이 근질근질하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참도록 하겠다"며 "저도 몸이 근질근질하고 마음이 드릉드릉하다. 앞으로 여러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 여러분께 좋은 모습 보여드릴 시간 많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임영웅은 최근 tvN '삼시세끼'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영상 촬영 당시 '삼시세끼' 출연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이라 팬들을 곧 예능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릉드릉'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를 통해 임영웅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댓글 폭격이 시작됐다.
'드릉드릉'의 사전적 의미는 '크고 요란하게 자꾸 울리는 소리'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에선 '안달이 난 상태'라는 뜻으로 쓰이며 '남성 혐오' 표현으로 인지되고 있다. 앞서 많은 예능프로그램, 아이돌 등이 해당 단어를 사용했다가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한 네티즌은 "어머니께 임영웅 소비를 줄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아들 성별인 남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썼다. 어르신들 남녀갈등 문제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고민된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네티즌은 "임영웅이 성역이냐.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한다"며 "모르고 썼으면 이해하지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영상에는 해당 커뮤니티 유저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대거 댓글을 달며 지적했다. 하지만 '영웅시대'의 대처는 달랐다. 감정적으로 임영웅에 대해 항변하지 않고 차분히 대응했다.
한 영웅시대는 "이게 페미 용어인지도 몰랐다"며 "요즘 젊은 친구들 사는 게 힘들까? 왜 의미 없는 혐오에 얽매여서 서로 미워하고 단어 하나에 온갖 의미 부여를 해서 서로 괴롭히고 있는지 참 속상하다"고 댓글을 썼다.
또 다른 팬들은 "행복하게 살아도 짧은 인생이다. 다른 사람 미워하는 데 에너지 쓰지 말라. 그럴 시간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걸 찾아가라", "세상을 혐오의 눈으로 보며 싸울 생각만 하지 말고 뭐든 사랑의 눈으로 보는 연습을 해라. 늘 '건행'하시길 바란다", "먼 길 오셨으니 임영웅 노래 한 번씩 듣고 가라", "세상을 삐뚤어진 시선과 잣대로 재지 말고 임영웅 '모래알갱이' 들으며 세상을 품어보라. 모든 사람은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드릉드릉' 의혹을 최초 제기했던 커뮤니티에도 "보통 테러 오면 화내지 않느냐"며 "유튜브 댓글 너무 따뜻하다", "와, 이것이 히어로인가. 정화되는 느낌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웅시대의 이런 정화 작업 때문인지 임영웅을 비난하는 글들은 삭제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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