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유언장 바꿨다…"180조 재산, 자녀들 공익 신탁에 넘길 것"

입력 2024-06-30 13:53   수정 2024-06-30 14:00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93·사진)이 자신이 사망한 후에는 재산 거의 전부를 세 자녀가 공동 관리하는 공익 신탁에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유언장 일부를 최근 변경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미 버크셔 주식의 절반 이상을 기부했고, 현재 보유한 주식은 이날 기준 약 1300억 달러(약 180조원)에 이른다.

버핏 회장은 2006년에 평생 동안 게이츠 재단 등 5개 재단에 매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후 재산의 용처는 불분명했다. 그는 WSJ 측에 “내 사후 게이츠 재단에는 돈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재단은 세계 최대 자선재단 중 하나로 세계 보건, 빈곤, 성평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이곳에 393억달러(약 54조원)를 기부했다. 2001년까지는 재단 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는 28일에도 53억달러어치(약 7조3000억원) 규모 버크셔 주식(클래스A) 8674만 주를 클래스B 1300만 주로 전환해 게이츠 재단 등 5곳에 기부했다. 게이츠 재단이 약 40억달러 상당(76.3%)을,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은 4억달러(7.6%), 세 자녀의 재단은 각각 2억8000만달러어치 주식(각 5.4%)을 받았다.

버핏은 이 돈을 어디에다 써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자녀들에게 주지 않았지만, "우리처럼 운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에는 80억 명의 사람들이 있고, 나와 내 아이들은 가장 운이 좋은 0.01%에 속해 있다"며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많다"고 그는 강조했다.

공익 신탁은 신규로 설립되며, 부친의 뜻에 따라 그의 맏딸과 두 아들은 어떤 자선 목적으로 돈을 쓸지 만장일치로 결정해야 한다. 딸 수지 버핏(71)은 유아 교육·사회 정의를 장려하는 셔우드 재단의 이사장이다. 대학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수전 톰슨 버핏 재단의 의장이기도 하다. 아들 하워드 버핏(69)은 농장을 운영하며 식량 안보, 분쟁 완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하는 하워드 G. 버핏 재단을 이끌고 있다. 막내 피터 버핏(66)은 음악 작곡가다. 노보 재단을 이끌며 원주민 공동체 등을 운영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세 아이의 가치에 대해 아주, 아주 좋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들이 어떻게 할지 100% 신뢰한다"고 했다. 자식들은 유산을 어떻게 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전은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아직 얘기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아마도 우리가 해왔던 일의 연속선상에 있는 일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워드는 "누군가는 아버지가 자선 재단에 주고자 하는 돈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그 일을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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