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꾸리기 위해 고민하던 여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문구 유통업을 시작했다. “1990년대 기준으로 연매출이 20억원을 넘었다”고 밝힐 정도로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1999년 빅드림으로 법인 전환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크다(big)’는 의미에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어 ‘빅(vic)’으로 정한 회사 이름대로 빅드림은 2000년대까지 미국 월마트를 비롯해 이마트, 롯데마트 등에 문구를 납품하며 사세를 넓혀나갔다.
그의 고민은 장남인 여상훈 경영혁신실장(38·오른쪽)이 2014년 회사 구원투수로 합류하며 실마리를 찾는다. 사업에 관심이 많던 여 실장은 다니던 공공기관을 나와 여 대표에게 먼저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 실장은 2015년 오프라인 유통 위주의 사업모델을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했다. 그는 “아버지를 도와 전국 곳곳을 발로 뛸수록 오프라인 유통망의 한계를 느꼈다”며 “온라인 유통망이 단 한 개도 없던 빅드림의 온라인 전환을 서두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빅드림은 2010년대 중반 30여 개 온라인 유통망을 확보했다. 현재는 쿠팡과 G마켓, 옥션 등 50여 개 온라인 채널에서 문구를 판매하고 있다.
2020년엔 자체 교구 브랜드인 티처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 실장은 “남의 제품을 납품하기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을 출시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브랜드는 2021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문화상품 대상을 받았다. 300곳이 넘는 초교에서 방과후학습 교구로 활용하고 있다.
2021년엔 경기 용인 처인구에 문구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분당에 연구소를 마련해 교구 개발 인프라를 강화했다. 여 실장의 노력으로 빅드림의 매출은 지난해 58억원을 기록했다. 그가 회사에 합류한 2014년 매출 13억원과 비교해 4.4배 커졌다. 직원도 같은 기간 3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
가업승계에 대해 여 실장은 “업종이 바뀌어도 가업승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구업체에서 시작해 교구로 업종을 변경한 빅드림은 현행법상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는 “신사업에 도전하며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가업승계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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