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본격 시작된 지난 주말 제주도에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남부지방에서도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주택과 도로 침수 등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적인 이상고온 현상 속에 시작된 올해 장마 기간에는 ‘집중호우’가 더욱 자주 나타나고, 한 번에 내린 비의 양도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이상 고온이 발생하며 한반도에 유입되는 수증기량이 늘어서다. 2년 전 서울에 큰 피해를 준 ‘극한 호우’(시간당 강수량 72㎜ 이상의 비)가 잦을 수 있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주말 동안 내린 비로 전국 4개 시·도, 5개 시·군·구에서 27세대 41명이 일시 대피했다. 전국적으로 항공기 총 12편이 취소됐고, 울릉도~독도, 목포~홍도 등 여객선 91척이 결항했다. 인천 등에서 주택 침수 사고가 접수됐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기상청은 장맛비가 1일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장마전선이 북상하는 2일부터는 중부지방에도 본격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했다. 공상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이번주 내내 남북을 오르내리는 정체전선이 주기적으로 저기압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할 것”이라며 “비가 잠시 그치는 곳에는 습기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장마가 특히 강하고, 많은 비를 뿌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로 따뜻한 수증기가 다량 유입되고 있어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한국 여름철 기후는 아열대 기후로 전환된 지 오래”며 “동남아시아와 같은 스콜성 호우가 내리고, 밤에는 규칙적으로 내려오는 찬 공기에 기습적 폭우가 쏟아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가 더욱 세지면서 예상치 못한 홍수와 산사태 등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은 이미 많은 비가 내린 지역에 또다시 집중호우가 오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두 번째 집중호우가 내릴 땐 이미 땅이 많은 물을 머금은 상태라 하천 범람과 산사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남 순천 등 11개 지역과 전북 남원, 경남 하동과 산청 등에 산사태 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이현호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1960년대 이후 한반도엔 꾸준히 ‘강한 강수’ 빈도가 늘고 있는데, 이에 맞춰 치수 대책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철오/오유림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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