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세 자녀 자선재단에 재산 180조원 넘겨줄 것"

입력 2024-06-30 18:35   수정 2024-07-01 00:44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93)이 자신이 사망한 뒤에는 재산의 거의 전부를 세 자녀가 공동 관리하는 공익 신탁에 넘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지난 28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유언장 일부를 최근 변경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미 벅셔해서웨이 주식의 절반 이상을 기부했고, 현재 보유한 주식은 이날 기준 약 1300억달러(약 180조원)에 이른다.

버핏 회장은 2006년 평생 게이츠재단과 가족들이 운영하는 재단 4곳 등 5개 재단에 매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후에 어떻게 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WSJ에 “사후 게이츠재단에는 돈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게이츠재단은 세계 최대 자선 재단 중 하나로 세계 보건, 빈곤, 성평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2006년부터 작년까지 이곳에 393억달러(약 54조원)를 기부했다. 2001년까지 재단 이사를 맡기도 했다.

그는 이날 53억달러어치(약 7조3000억원) 규모 벅셔해서웨이 주식(클래스B) 1300만 주를 총 5곳에 기부하며 게이츠재단에 대부분(76.3%)을 줬고 수전톰슨버핏재단에 7.6%, 세 자녀의 재단에 각 5.4%를 나눠줬다.

버핏은 사후 자신의 돈을 어디에 써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을 자녀들에게 주지 않았지만 “우리처럼 운이 좋지 않았던 사람을 돕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에는 80억 명의 사람이 있고, 나와 내 아이들은 가장 운이 좋은 0.01%에 속해 있다”며 “사람들을 돕는 방법은 많다”고 강조했다.

공익 신탁은 신규로 설립되며 자녀들은 어떤 자선 목적으로 돈을 쓸지 만장일치로 정해야 한다. 딸 수지 버핏(71)은 유아 교육·사회 정의를 장려하는 셔우드재단의 이사장이다. 대학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 수전톰슨버핏재단의 의장이기도 하다. 아들 하워드 버핏(69)은 농장을 운영하며 식량 안보, 분쟁 완화,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하는 하워드G버핏재단을 이끌고 있다. 막내 피터 버핏(66)은 작곡가다. 노보 재단을 이끌며 원주민 공동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식들은 유산을 어떻게 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지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아직 얘기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아마 우리가 해온 일의 연속선상에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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