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동물’ 같던 중국 외교관들이 180도 달라진 것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다. 중국을 모욕했거나 중국 이익에 반하는 언행을 한 국가는 반드시 응징하는 것이다. 중국판 ‘람보’ 국뽕 영화 ‘특수부대 전랑 1·2’에서 이름을 따 ‘전랑(戰狼) 외교’라고 한다. 늑대 전사가 된 중국 외교관들은 외교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극악무도한 언사로 물어뜯었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 중 대만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한 데 대해 당시 친강 외교부 장관은 “완화자 필자분(玩火者 必自焚)”이라고 했다.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스스로 불타 죽는다”는 것이다. 왕원빈 대변인의 무례는 이를 데가 없다. “불용치훼(不容置喙: 말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여기서 ‘훼(喙)’는 짐승의 주둥이를 가리킨다. 중국 고사성어에는 이 말 뒤에 ‘立斬之(입참지: 즉시 베어 버린다)’가 따라붙는다. 주필리핀 대사는 “필리핀은 대만에서 일하는 15만 명의 필리핀 노동자를 생각하라”며 인질 경고를, 주일대사는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갈 것”이라고 겁박했다.
중국의 전랑 외교관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에 윤 후보의 외교·안보관에 대해 한국 신문에 기고문을 내고 공개 반박했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사관저 회동 때는 “미국의 승리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했다. 대사 교체는 물론 추방까지 거론될 정도의 내정 간섭이다. 중국이 싱 대사를 예정보다 빠른 이달 중 귀국시킨다고 한다. 북·러 밀착으로 한·중 관계 개선 조짐이 나타나는 시점에 교체돼 양국 관계 변화의 신호탄 아니냐는 기대를 낳고 있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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