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 보좌진이 최 의원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국회의원 월급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적당한 것 같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최 의원의 페이스북 계정에는 '최민희 의원실 새내기 비서관의 일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최 의원실 보좌진 중 가장 연차가 낮은 '막내 비서관'이 최 의원의 의정활동을 약 한 달간 보좌하면서 느낀 점을 일기 형태로 쓴 글이다.
A 비서관은 "최 의원실 막내로 들어와서 일한 지 한 달. 국회에서 일하기 전에는 국회의원 월급이 너무 많다는 사람들의 말에 엄청 공감하고는 했는데, 한 달 동안 평일, 주말도 없고 새벽이든 밤이든 항상 일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니 그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A 비서관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제로의 삶에 그 정도 보수면 오히려 적당한 것 같다. 저는 시켜줘도 못할 것 같다"며 "한 달 만에 상임위 회의도 네 번이나 열고, 일주일에 출연하는 방송도 셀 수 없을뿐더러, 자잘한 비공개회의까지. 정말 많은 일정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A 비서관은 "오늘은 MBC 장악에 혈안이 된 김홍일 위원장의 쿠데타를 진압하러 과천까지 갔다가, 빡침(화난 감정을 속되게 이르는 말) 최대치 상태로 돌아오시더니 픽 쓰러져서 잠깐 눈을 붙이시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했다. A 비서관은 최 의원이 피곤한 듯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소파에 누워 잠을 자는 모습도 찍어 올렸다.
A 비서관의 이 글은 야권 지지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야권 지지층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A 비서관의 글을 공유하면서 "원래 국회의원 세비가 저렇게 일하는 분들 기준으로 책정되는 것", "국짐(국민의힘 멸칭) 월급이 아깝다", "최 의원은 정말 인정이다", "쪽잠 주무시는 것 보니 걱정이 살짝"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회사무처가 공고한 '2024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기준' 등에 따르면 올해 의원 연봉은 세전 약 1억5700만원이다. 지난해(약 1억5400만원)보다 1.7%(약 300만원) 오른 셈이다. 구체적으로 일반수당 월 707만9000원, 관리업무수당 63만7190원, 상여금 1557만5780원, 명절휴가비 849만5880원,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 특별활동비 78만4000원이다.
이 밖에도 의원들에게는 실제 차량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매월 유류비와 유지비를 각각 월 110만원, 35만8000원도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상임위원장을 맡거나 교섭단체 대표를 맡으면 유지비는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의원들은 매월 1200~1300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치 혐오가 만연해진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는 의원 급여가 과다하다는 비판 여론은 꾸준히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여론을 겨냥해 최근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대표하는 직이기에 국민 중위소득 수준의 세비를 받자"(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관련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 급여를 반으로 깎아야 한다. 연봉 1억5700만원에 유류비 지원이나 정책 홍보를 위한 문자 발송비로도 1억원을 넘게 추가로 주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 의원 급여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다. 반면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의 의원 연봉은 1인당 GDP의 약 2배 수준"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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